[핫코노미] 동해시에 우뚝 솟은 172m 공장, 뭘 만들까

이상화 기자 2023. 5. 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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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72m. 강원 동해시에 높은 파란색 건물이 하나 들어섰습니다. 창도 몇 개 되지 않고, 수직으로 곧게 선 모습이 독특해 보이는데요. 이 건물, 사실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생산 타워입니다.

드론 영상을 보면 고층 생산 타워 옆으로 해저케이블을 돌돌 말아서 보관할 있는 '턴테이블' 장비가 보이고, 동해항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강원 동해시 LS전선 VCV 생산타워 모습
정확히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생산 공장인데요. 일반 해저케이블에 비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합니다.

◇원전급 발전량을 육지로 안전하게

바다 위에 풍력발전소를 세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규모가 큰 해상 풍력 단지의 경우 만드는 발전량이 기가와트급입니다. 보통 원자력발전소 하나의 설비용량이 1기가와트인데 이보다 더 큰 풍력 단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 발전량을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육지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다 위로 송전탑을 세워서 보낼 수는 없고, 해저로 케이블을 깔아야 하는데, 바다라는 악조건에서도 손실을 줄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예측이 어려운 바닷속에서 안정적으로 초고압의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만큼 어려운 기술입니다. 한 번에 수십 km를 연결해야 하기도 하죠. 때문에 '케이블의 꽃'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그만큼 국제적인 경쟁도 치열합니다.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모습

초고압 해저케이블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세계 시장을 소수 유럽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스웨덴 ABB 등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행히도 전통적 강자들의 뒤를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업체들이 추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서도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최근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확산으로 앞으로 더 많은 수요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지난해 수주잔고는 각각 3조 2천억원, 1조 5천억원이었습니다. 합치면 약 5조원입니다. 앞으로 이 시장은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상 풍력발전

◇외형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수직 제조

강원 동해시에 만들어진 172m, 아파트 62층 높이 생산 센터는 LS전선이 2021년부터 1900억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 생산 공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높게 생산 건물을 짓는 이유는 케이블을 수평이 아니라 가능한 긴 수직 생산 시설에서 만들기 위해섭니다.

지름 30cm 내외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 km까지 끊김 없이 연속 생산해야 하는데, 100도가 넘는 고온의 폴리에틸렌(PE)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수평 상태로 작업하면 아래로 처지거나 케이블이 끊길 수 있습니다. 또 케이블을 중력 방향으로 고르게 성형해야 완성품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HVDC 해저케이블 턴테이블 [제공-LS전선]

(케이블 사진)
이런 생산 설비를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수직 연속압출시스템) 타워라고 부릅니다. 대한전선도 충남 당진에 160m 생산 공장이 있습니다.
LS전선 동해 사업장

대한전선 당진 사업장
(당진 공장 사진)

LS 전선의 경우 기존 공장들(해저 1~3동)에선 직류부터 교류까지 모든 종류의 케이블을 생산했는데요. 이번에 새로 지은 공장(해저 4동)에서는 직류 방식의 HVDC 해저케이블만 만듭니다. 직류방식은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합니다.

교류송전의 경우 정비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긴 거리를 갈 경우 변압기를 설치해줘야 하고, 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직류송전의 경우 교류 방식보다 많은 양의 전력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습니다. 땅에 묻는 지중화 방식도 가능합니다. 신재생에너지에서 더 많이 이용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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