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건설 인니 뇌물 의혹, 돈세탁 사건으로 확대... 뇌물수수 혐의자 현지서 추가 기소
日마루베니 종합상사, 뇌물 사건으로 美에 900억 벌금
현대건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뇌물수수 사건 혐의자들이 최근 현지에서 돈세탁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등은 조만간 현대건설을 미국증권위원회(SEC)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현지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는 순자야 푸르와디사스트라(Sunjaya Purwadisatra) 찌레본 전 군수를 총 532억3451만루피아(한화 약 48억3472만원) 상당의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중 현대건설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금액은 약 70억2000만루피아(약 6억3800만원)다.
순자야 전 군수는 지난 2019년 5월 매관매직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조사를 받던 순자야 군수가 현대건설로부터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민원 무마용으로 총 6차례에 걸쳐 5억5000만원 상당의 ‘운영 자금’을 받은 사실을 실토하면서 뇌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다.
돈세탁 혐의로 새로 기소된 이번 사건에서 현대건설이 순자야 전 군수에게 건넨 돈의 총액은 약 1억원 가량 더 늘어 총 6억원이 넘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지 직원을 통해 2016년 헤루 디완토(Heru Dewanto) 찌레본 발전소 사장에게 10억루피아(9100만원)를 주었고, 이 돈이 순자야 전 군수에게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해당하는 KPK가 이번 사건을 뇌물이 아닌 돈세탁으로 재기소하면서, 현대건설이 건넨 ‘운영 자금’이 돈세탁의 일환으로 이용됐는지 여부가 현대건설 관련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시 현대건설 현지 제너럴 매니저(GM) 정모씨는 현재 개별 사건의 피의자로 재판에 회부돼 있다.
현지 환경단체들은 뇌물 액수가 큰 만큼 정씨 사건에 현대건설이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보고 정씨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현대건설을 고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왈히(WALHI)의 드위 사웅(Dwi Sawung) 에너지 팀장은 “정씨는 현지에서 고용됐다 해도 현대건설의 직원이 맞고, 이 사건의 경우 뇌물 액수가 큰 만큼 회사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은 명확히 드러나는 편”이라면서 “재판이 시작되면 고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은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법인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 역시 미국증시에 상장된 법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광고 등 일말의 영리 활동을 했다면 해당 법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은 소위 말해 미국 공무원들과 식사만 잘못 해도 위반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법”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 당시 현대건설은 이 사건이 미국 SEC에 회부될 경우 500억원대의 벌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의 마루베니 종합상사는 인도네시아의 타라한 화력발전사업과 무아라타와르가스 화력발전사업에서 뇌물을 공여해 미국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았다. 그 결과 2015년 8800만달러(900억원)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군수의 비위 사실 중 언급된 여러 회사 중 하나일 뿐이며 돈세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현지 법률 자문 용역비로 자금을 지출한 것일 뿐인데, 계속 언급이 되는 사실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지 직원이 기소된 사건 역시 개인 비리일 뿐 현대건설이 직접 뇌물을 공여했다거나 기소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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