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할퀸 제주 송악산, 세금으로 다시 사들인다

박미라 기자 2023. 5. 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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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추경에 매입 예산 161억원 편성
하반기 감정평가, 매매계약체결 등 진행
내년 본예산 편성, 2월 소유권 이전 목표
송악산 항공사진. 제주관광공사 제공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주 송악산을 공공자원으로 보전하기 위한 사유지 매입 절차가 본격화된다.

제주도는 중국 자본이 소유한 송악산 일대 사유지를 매입하기 위한 예산 161억원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지난달 말 도의회에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송악산 일대 토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함께 의회에 제출했다.

제주도는 9일부터 시작되는 제416회 제주도의회 임시회를 통해 해당 공유재산관리계획과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받는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중국 투자사인 신해원유한회사가 송악산 일대에 보유한 사유지 170필지·40만 748㎡를 전부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 매입에는 모두 57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 지방비로 충당한다.

이번 추경에 반영된 예산 161억원은 신해원 소유 토지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예산 중 일부로, 나머지는 내년 본예산에 반영한다.

손꼽히는 절경 ‘송악산’ 수십년간 난개발 논란
지질학적 가치 높고 역사문화자원 다수 분포

제주 서부 지역에 위치한 송악산은 바닷속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수성화산으로, 이중 분화구로 이뤄져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등 제주에서도 손에 꼽히는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올레 10코스와도 연결됐다. 인근에는 국가등록문화재인 일제 동굴 진지 등 역사문화자원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

송악산은 이같은 높은 보전가치에도 불구하고 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 중 하나다. 송악산 일대는 1995년 유원지로 지정됐다. 이후 신해원이 2013년부터 유원지와 주변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고 호텔과 캠핑장, 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개발이 가시화됐다. 해당 개발사업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는 환경훼손과 경관의 사유화 등 난개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2020년 10월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송악선언을 발표하면서 송악산 개발제한을 못박았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송악산 사유지 전부 매입 방침을 밝혔다.

제주도는 이달 사유지 매입에 따른 도의회 심의와 예산 승인 절차를 거친 후 다음달부터 매입에 따른 감정평가와 매입 가격 결정, 매매계약 등을 차례로 진행해 내년 2월까지 소유권을 가져올 예정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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