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등록했다 해서 믿었는데... 법 테두리 안팎 넘나든 라덕연

정혜윤 기자, 서진욱 기자 2023. 5. 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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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9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약 1500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이 사건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 팔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을 받는 주가조작 세력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2023.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가 투자자들을 현혹했던 이유 중 하나는 라 대표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로 알려지면서다. 라 대표는 2014년부터 법 테두리 안팎을 넘나들며 업계 종사자로 신뢰를 쌓아갔다.

실제 라 대표가 거쳐 간 업체 중에는 금융당국 심사를 거쳐 투자자문업 등록 절차를 밟은 곳도 있었다. 라 대표가 적정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유사투자자문업·투자자문업 등록→폐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늘었다.

기사 참고☞[단독]라덕연, 유사투자 자문사 4년전 퇴출…컨설팅社 등록↔폐업 반복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운영했던 '호안스탁' 홈페이지.


4일 본지 취재 결과 라 대표는 2014년 금융감독원에 '머□□□□□□□□□'(M사)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 영업을 할 수 있다. 개인 사업자가 금감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 사업을 펼쳤다. 이 때문에 한 증권사의 강연 연단에도 설 수 있었다. 2018년 라 대표는 해외선물 전문가로 소개돼 '상관관계를 이용한 해외선물 투자기법'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2019년 3월에는 인천에서 자산주 투자와 관련한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의 주식계좌를 맡아 대리투자하는 미등록 투자일임 행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라 대표는 회사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대리투자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추측된다. M사는 2019년 8월 금감원으로부터 폐업 사유로 직권말소 조치됐다. 라 대표가 2014년부터 최대 5년간 M사를 통해 유사투자자문업을 펼쳤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호안스탁 홈페이지에서 유료 방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5년마다 재신고를 거쳐야 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로 5년간 살아온 라 대표는 본격적으로 투자자문업 등록을 한다. 2020년 3월 라 대표가 설립한 R사는 같은해 8월 금융위원회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친다. 법 테두리 내에서 1대1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단 명분이다.

투자자문업자는 신고만으로 가능한 유사투자자문업자와 달리 금융당국 등록·심사 과정까지 거쳐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다. 라 대표의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 가운데서 "금융위 등록된 업체라서 믿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문업 등록요건


물론 투자자문업의 진입 요건은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보다 까다롭다. 당국 심사도 거쳐야 한다. △상법상 주식회사 등 △투자자문업의 경우 2억5000만원 법정 최소 자기자본 요건 충족 △대주주 요건 충족 △상근임직원인 투자권유자문인력 1인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추면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등록 사실 공고 또는 등록거부를 통보하게 된다.

문제는 유사투자자문업은 폐업 뒤 1년간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하지 못하지만 투자자문업 등록은 가능하다. 라 대표의 투자자문업 등록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을 하다 다시 유사투자자문업에 재진입하기 위해선 1년이 지나야 한다"면서 "하지만 유사 투자자문업을 자진 폐지했다고 해서 투자자문업 등록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이 같이 문어발식으로 투자자문 관련 사업을 확장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문업 등록은 재량 행위(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되는 행위)보다는 기속 행위(법규의 집행에 대해 행정청의 재량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에 가깝다"며 "특정업을 자진 폐지하고 다시 등록한다면 그 사유를 살펴보긴 하지만, 결격 사유가 없으면 등록된다"고 부연했다.

라 대표가 운영한 R사는 2020년 8월 상호명을 변경했다. 이후 2021년 6월 금융위가 R사의 투자자문업 업무 폐지 사실을 공고한 것으로 추정되고, R사는 지난해 7월 라 대표에 의해 청산된다. 라 대표는 이후 2021년 11월 경영컨설팅업체 E사를 설립한다. E사는 경영컨설팅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하는 미등록 투자자문사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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