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죽이길 바랐다”…방송국서 쫓겨난 스타앵커 문자 보니 ‘충격’

폭스뉴스에서 쫓겨난 스타앵커 터커 칼슨.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이 과거 프로듀서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백인우월주의’ 성향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칼슨은 폭스뉴스 대표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을 이끌었던 우파 성향의 진행자다.

그는 지난 대선 때 투표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다 지난달 회사에서 쫓겨났다. 또 회사에 거액의 명예훼손 배상 부담까지 떠안겼다.

NYT가 이날 공개한 200자가량의 메시지는 칼슨이 1·6 의회폭동 다음날인 2021년 1월 7일 오후 TV 프로듀스에게 보낸 것이다. 이 메시지가 그의 해고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칼슨은 문자에서 “몇 주 전 한 무리의 ‘트럼프 가이’가 ‘안티파 키드’를 둘러싸고 두들겨 패는 영상을 봤다”고 썼다. 이어 “그들이 3대 1로 싸웠는데 그런 식의 공격은 명백하게 비열한 짓”이라며 “백인들은 이렇게 싸우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순간적으로 내가 그를 때리는 폭도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를 더 세게 때리고, 그를 죽이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그들이 아이를 다치게 하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 느낌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건 내게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나는 내가 되기 싫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고 적었다. 또 “그의 고통에 웃음 지어선 안 됐다. 그런 것들을 신경 써야 했다”며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보다 내가 낫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NYT는 칼슨의 문자내용을 보면 양심의 이기나 동정심의 분출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인종적 이데올로기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그의 문자 내용을 분석했다. 먼저 “백인들은 이렇게 싸우지 않는다”는 문장에 대해서는 1·6 폭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역사를 보면 칼슨이 본 영상 속 모습이 적확히 ‘백인들이 싸워온 방식’이었다고 했다.

‘안티파 키드’와 관련해서는 생명이나 안전에 중점을 두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더 신경 쓴다고 NYT는 분석햇다.

“내게 좋지 않다”는 표현은 그가 윤리적 정직성보다는 인종적 우월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칼슨은 최근 폭스뉴스에서 해고된 이후 미국 보수층의 주요 인물로 부각되고 있으며 장차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선도 받고 있다.

한편 폭스뉴스는 최근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7억8750만 달러(약 1조391억원) 배상에 합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