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행사는 '공익'? 퀴어퍼레이드 '불허'한 서울시, 콘서트는 '허가'

2023. 5.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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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불허' 조례 절차도 없었다…혐오세력 압력에 따랐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서울시가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축제 예정일이었던 7월 1일엔 기독교 단체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은 서울시가 조례 절차까지 어겨가며 '혐오세력의 압력에 따랐다'고 반발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3일 저녁 공지를 통해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열린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타 단체와의 중복신청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조직위 측이 신청한 광장 사용일인 7월 1일에 기독교단체가 주최하는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에 사용 허가를 내줬다.

서울시 "조례 따른 결정" vs. 조직위 "적법절차 진행 안 돼"

서울광장 사용 권한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고,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다만 퀴어퍼레이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만은 매년 '허가 여부'를 둘러싼 난항을 겪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열린광장운영위원회의 판단 안건으로 넘겨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의 오프라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지난해에는 조직위가 신청했던 엿새의 사용 기간을 하루로 줄였다.

조직위는 '퀴퍼 허가'에 대한 서울시의 소극적 혹은 적대적인 태도가 이번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3일 공지에서 조직위는 "(광장사용 결정에 있어) 조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추측했던 서울시의 개입과 혐오세력의 압력 등이 사실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조례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4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지난 4월 3일 동시에 광장사용을 신청한 조직위와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이 일정 사전조정에 실패했고 △이에 광장사용 안건이 광장운영위원회로 상정됐으며 △광장운영위는 조례를 고려하여 CTS 측의 사용신청을 최종 수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사용신고 수리)는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사용신고의 수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에 대한 시와 조직위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조직위는 지난 4월 26일에도 이미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와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이 일정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조직위는 "서울시 총무과는 조직위에 전화를 통해 중복신고 단위들 간 조정 절차 없이 바로 광장운영위에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통보했다"라며 "이는 조례에 어긋나는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두 행사의 우선순위를 두고 조례 해석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조례 6조가 명시하고 있는 '우선 수리' 규정은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시법에 따른 집회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행사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등 5개다.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겠다는(이성배 서울시의원), 연령에 있어서 다소 포괄적인 취지의 행사다. 행사주최인 CTS문화재단이 기독교 문화·교육 지원단체인 만큼, 행사의 성격은 특정 종교 관련 행사로 한정될 수도 있다. 이에 해당 행사가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로서 타 행사보다 우선순위를 선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해석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행사의 '공익성'을 따질 경우 퀴어퍼레이드 측도 할 말이 많다. 해당 행사는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의 권리인정을 위해 지난 1970년 미국 '스톤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행사다. 성소수자 권리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기구가 주목하는 핵심적인 인권 사안이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매해 5월 17일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종교행사로 '퀴퍼' 막아라? … "혐오세력이 행정 절차에 압력 행사"

조직위는 동성애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하는 소위 기독교계 '혐오세력'들이 서울퀴어퍼레이드와 관련한 "행정 절차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 중복신청 및 서울시 측 최종결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한다. 양 단체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있던 지난달 3일부터 종교계를 중심으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달 6일 한국교회언론회는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의 광장 사용 승인과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대한 불허를 촉구하는 논평을 개시했다. 이어 같은 달 17일엔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촉구했다.

특히 같은 달 12일엔 국민의힘 소속 이성배 서울시의원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의 개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이 시의원은 해당 행사가 "오는 7월 1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는데, 조직위는 이에 대해 "아직 조정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은 중복신고 건에 대하여 이미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의 서울광장 사용이 확정된 것처럼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지난 26일 공지문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7월 1일 서울광장에서의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 개최가 확정된 것만 같다"라며 "일부 종교계, 언론, 그리고 서울시 의원까지 벌써 발을 맞춘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현재 조직위는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겠다"라며 7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약속한 상태다.

▲지난해 7월 16일 오후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서울광장의 모습.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의 오프라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지난해 서울시는 축제조직위가 신청했던 엿새의 사용 기간을 하루로 줄여 광장 사용을 승인했다. 당일 광장 밖 도로에선 기독교 단체 등이 개최한 맞불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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