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격차 1.75%p ‘사상 최대’…환율 영향은
‘마지막 금리 인상’ 분석에 달러 약세
원·달러 환율 오히려 1320원대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0연속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폭이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경제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리 격차까지 벌어지면서 환율이 또 다시 출렁일 수 있어서다.
◇ 연준, 10연속 금리 인상에…초유의 한·미 금리 격차 1.75%p
연준은 3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0.25%p 인상했다. 2007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 기준금리(연 3.5%)와는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역전 폭이 1.75%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동안 한·미 금리 격차는 한 번도 1.5%p 이상 벌어진 적이 없는 만큼, 이번에 사상 최대 금리차를 경신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두 차례 동결해 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미국은 상단 기준으로 연 4.5%에서 5.25%로 0.75%포인트 높이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론적으로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커진다. 그간 한국은행은 과거 3차례 금리 역전기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격차 자체가 기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월 “지난해 10월 환율이 1440원대까지 올랐을 때 한·미 금리차가 0.75%p였던 반면, 1월 초 환율이 1220원으로 내려왔을 때 금리차는 1.25%p였다”며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는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등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금리차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에도 금리 격차가 1.75%p까지 확대된 적은 없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상수지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가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 1~2월 누적으로 47억달러 적자를 냈는데,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적자 규모가 6월까지 1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내외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함에 따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연내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연준의 스탠스와 시장기대 간의 괴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 ‘긴축 종료’ 전망에 달러 약세…원화 가치 반등 기대감도
반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기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금리차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고 해석하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오전 11시 기준 1320원대로 약 10원 하락했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추가적인 정책긴축(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이 적절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해 향후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최종금리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 점도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다수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2월부터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온 만큼, 한·미 금리 격차도 당분간 1.75%포인트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전망이 강해지고,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달러 약세 기조가 두드러질 수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통화긴축 마무리는 강달러 압력을 제한한다”며 “달러 약세 기대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선물 중심의 추가 순매수 유입이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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