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교섭 '진통'…사상 첫 파업 나오나
기사내용 요약
노조 쟁의권 확보로 사측 압박 나서
"경영진 대화 우선" 파업 결정은 유보
노사 입장 차 팽팽, 교섭 난항 겪을 듯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조와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해 파업 리스크에 처했다.
현재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쟁의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경영진과 대화가 먼저"라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삼노는 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은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사측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2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5개월간 18차례의 본교섭과 2차례의 대표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조정중지 결정'은 노사 견해차가 너무 커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노조 “사측이 노사협의회 앞세워 불법 자행”
현행법상 임금교섭 권한이 노조에게 있지만, 사측이 노조 가입률이 낮다는 이유로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교섭을 강행하고 있다는 취지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노조 가입자 수는 9727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12만명의 8% 수준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300명 이상 기업 노조 조직률(전체 임금근로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인 46.3%(2021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달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임금을 4.1% 인상하기로 합의하자, 이에 반발해 조정 신청 등 절차를 밟아 쟁의 행위를 준비해왔다. 노조는 "이는 사측의 무노조 경영을 위한 불법 행위"라며 "회사의 무노조 경영 포기와 동시에 회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모든 노조와 함께 연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경영진과 대화가 우선…파업 결정은 일단 유보
다만 파업 절차를 밟기보다는 일단 경영진과 대화에 먼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해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현국 노조 부위원장은 "삼성전자의 파업 결정은 한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 국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대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작 예정인 삼성 다른 계열사의 임금 교섭 상황에 맞춰 공동 파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우려…극적 합의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래 한 번도 파업을 겪지 않았다. 이병철 창립회장 때부터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조 활동이 활발해졌다. 만일 노조가 올해 파업에 들어간다면,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파업의 파급 효과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 수의 8%에 불과하고, 노조 가입을 사측에 밝히길 꺼리는 직원들도 있어 파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노조 측은 24시간 공장 가동이 필요한 반도체 사업본부 소속 조합원이 전체의 50% 이상이며, 성과급 갈등 속에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의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이 직접 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등 대화 노력을 이어간 끝에, 10개월간의 교섭을 마치고 창사 이래 처음 임금교섭에 합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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