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향해 미국은 FTA급 '당근'…중국은 무역조사 '제재' 대조
대만에 첨단무기 공급·中 배제 반도체 공급망 '칩4'도 가속
中, 대만 민진당 정권 교체 총력…무역장벽 조사 카드도 만지작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을 놓고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의 '당근'을, 중국은 무역장벽 조사라는 제재 카드를 각자 내놓으면서 양국의 상반된 대만 접근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만은 주요 국제 수송로인 대만해협을 낀 지정학적인 중요성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국가여서 미중 갈등·대립 상황에서 그 중요도가 더 부각되고 있다.
미국엔 대중 압박의 교두보이자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중요하지만, 대만을 '통일' 대상으로 여기는 중국은 어떻게든 우군으로 만들어야 할 상대라는 점에서 둘의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해 한국·일본·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온 미국은 '대만 변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은 잦아진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만에 첨단 무기 공급을 늘리는 한편 대만·한국·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팽창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으로 미국의 포위·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대만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근래 눈에 띄는 대목은 대만을 겨냥한 미·중 양국의 상반된 무역 접근 방식이다.
미국, 대만과의 무역협정 업그레이드 박차 = 우선 미국은 대만과 FTA 수준의 무역 관계를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첫 협상을 한 데 이어 지난 1월 타이베이에서 2차 협상을 한 바 있다. 조만간 개선된 무역협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새 미국·대만 무역협정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조항과 대체로 같은 내용이 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IPEF에 대만을 참여시키지 않았지만, 사실상 IPEF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탄생한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플랫폼이자 국제기구다. 관세 인하와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뒀던 다자·양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범위가 더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한다.
무엇보다도 IPEF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20일 주대만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제55회 셰녠판(謝年飯) 연회에 참석해 미국과 전면적인 FTA 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시간으로 3일 미국 집권 민주당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대중국 견제 패키지 입법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는 대중국 첨단기술 이전·투자 흐름 제한, 미국 내 산업 강화, 안보 파트너·동맹국과의 협력 개선, 경제·무역 파트너와의 연계 강화 등을 다루는 법이다.
중국으로 기술이 유입하는 흐름을 제한하고 미국 자본이 중국으로 향하는 걸 차단하는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현행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국 제재 방안이 될 전망이다.
미국·대만의 새 무역 협정에도 미국의 이 같은 의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대만 정권교체 총력…경제보복 카드도 만지작 =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은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을 대신해 친중 세력인 국민당이 집권하는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대만을 친중·미국 견제 쪽으로 끌고 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과 2020년 두차례 선거에서 승리해 8년째 집권 중이다.
중국은 작년 8월과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차이 총통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빌미 삼아 대만 봉쇄 또는 포위 군사훈련을 하는 동시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국은 특히 지난 2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을 중국에 초청해 왕후닝 상무위원과 쑹타오 공산당 대만판공실 주임을 만나도록 하는 등 국민당을 공식적인 대만 측 파트너로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차이 총통이 지난달 초순 미국을 경유한 중미 과테말라·벨리즈 방문 시기에 중국 당국은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 전 총통을 방중 초청해 환대하고, 중국과 대만 간 '일체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두 이벤트는 대만의 민심을 사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무역 장벽 조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12일 중국은 대만의 농산물·광물, 화공·섬유제품 등 중국산 2천455개 품목 수입 금지 조치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사가 올해 10월에 종료될 수 있으나, '특수한 경우' 내년 1월에 끝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만 내에선 중국이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 맞춰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대만의 대중국 수출이 1천565억 달러(약 205조원)에 달한 데 비해 중국의 대만에 대한 수출은 절반 수준인 815억8천700만 달러(약 107조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대만은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만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의 대만산 농산물 수입 금지로 인해 지난해 대중국 농산물 수출 금액이 6억7천806만 달러(약 8천909억원)로 2021년보다 40% 감소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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