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방미 성과 논란 속 브레이크 걸린 현대차
북미 전기차·배터리 공장 완공만 오매불망…2026년까지 버티기?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방미 성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경제적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사안이 언급되지 않으면서 이해당사자인 현대차그룹의 북미시장 개척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105억 달러의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는 이번에도 북미에 SK온과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발표했지만 희소식은 없었다. 일단 현대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및 리스 차량 판매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2~3년간 점유율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또 투자만 약속하고 해법 못 찾아
지난달 17일 미국 IRA 세부지침에 따라 보조금 차종이 공개된 이후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보조금 제외 여파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3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2323대, 1241대 팔렸다. 아이오닉5는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EV6의 경우 전년 대비 52.8% 수직 하락했다. 우려하던 판매량 감소가 현실이 된 셈이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다. 한·미 정상이 만나서 IRA 관련 임시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기대감 속 정상회담을 통해 나온 공동성명에는 '기업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는 문구가 담겼다.
실무 협의 차원에서도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얻어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기업 불확실성 및 경영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공개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방미 성과를 설명한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IRA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정작 퍼준 것은 한국 기업이었다. 현대차는 보조금 명단에서 배제되고도 지난달 26일 SK온과 6조5000억원을 들여 북미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물 보따리를 제공했던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듯 보였다. 지난해 방한 당시 현대차 투자 계획에 "이번 투자는 미국에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투자 결정에 실망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뒤 3개월 만에 IRA 법안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안중에 동맹국의 기업은 없었다.
한편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가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북미에서 조립되더라도 올해부턴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제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3750달러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이 한국에 최종 조립돼서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GV70의 경우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어 제외됐다.
현대차의 해법은…전기차·배터리 공장 완공까지 기다려야
문제는 현 상황에서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국내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민주당 소속 앤디 김 하원의원은 "우리는 동맹을 상처 입힐 조치를 취하기를 원치 않으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취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면서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이제 (하원에서) 다수당이 아니며, 공화당은 IRA 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현재 공화당 체제 하원에서 법 개정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일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량과 리스 차량 판매 비중을 확대해 활로 모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IR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RA에 대응해 상업용 차량, 리스 차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조금 수혜를 받는 상업용 차량과 리스 차량의 판매를 기존 5%에서 지난 3월 기준 35%로 확대했다. 아울러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미국 전용 전기차 공장도 당초 계획(2025년 1분기 생산)보다 6개월가량 앞당긴 2024년 3분기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 차종의 IRA 수혜 시점을 2026년으로 보고 있다. SK온과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2025년 가동에 들어가는데 최대 생산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를 비롯해 보조금 명단에서 제외된 외국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는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6번이나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진율 하락도 감수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혜택 및 가격 인하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를 넓히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생각"이라며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기 시점에서 보조금 없이 2~3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조금 수혜를 받게 되더라도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프로모션 등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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