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개방...尹 "취임 때 마음 되새겨"

용산 반환부지, 120년간 밟지 못한 '금단의 땅'
일본군→미군기지 활용…'질곡의 현대사' 상징
尹 취임 1년 앞두고 대국민 개방…30만㎡ 공개

[앵커]

주한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용산공원 반환부지 일부가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4일) 개방 행사가 열려, 어린이 손님들을 맞이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은지 기자!

[기자]

네, 용산 대통령실입니다.

[앵커]

우리 국민이 100년 넘게 드나들 수 없었던 장소라, 개방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서울 한복판이지만 지난 120년 동안 일반인이 밟지 못했던 곳입니다.

지난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이후 일본군이, 광복 이후에는 쭉 미군기지로 활용됐던 '금단의 땅'이자, 질곡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대표 장소로 손꼽히던 곳입니다.

20년 전 한미 간 기지 이전을 합의했지만 반환 속도가 더뎠는데,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이 옮겨오면서 그 속도가 빨라졌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한 주 앞두고 시민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전체 반환 규모는 300만 제곱미터로, 여의도보다 큰 크기인데, 일단은 그 일부인 30만 제곱미터만 먼저 단장했습니다.

오늘은 사전신청한 어린이 가족들이 입장했는데요.

미군 장교들이 지냈던 붉은 지붕의 주택들, 또 조선 시대부터 최근까지 120년 용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 미군 야구장 4곳을 합쳐 정비한 푸른 잔디마당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통령실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남산 서울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언덕이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고요,

하루 3천여 명,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 용산 정원 개방 행사에 윤 대통령 부부도 직접 참석했다고요?

[기자]

네,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을 신속하게, 또 강력하게 추진한 게 윤 대통령이라 애착이 남달라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형 열쇠 모형을 누르는 퍼포먼스를 했고, 이어 어린이들 손을 잡고 용산 정원에 들어섰습니다.

산책 도중에는 지난해 분양받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도 깜짝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행사에서 우리나라에는 미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뛸 잔디밭 하나 제대로 없다면서, 그래서 넓은 잔디밭과 주변 시설을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 구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드리고 이곳으로 대통령실로 옮겨온 취임 당시의 그 마음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계속 가꿔 나가겠습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선물하고 함께 기념 촬영을 했고요.

공연 관람에 이어, 대통령실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언덕에 애국가 속 나무인 소나무를 심는 식수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3월,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원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오늘 개방행사에 대해 대통령실은 '용산시대 1호 약속'을 지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윤 대통령 약속이 지켜졌다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가꾸고 국민과 소통 접점도 더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환경 문제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논란이 됐던 토지오염 문제는 해소된 건가요?

[기자]

환경정화가 아직 안 됐는데, 졸속으로 문을 열었다는 비판은 여전합니다.

개방 행사가 진행되던 비슷한 시각,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는데요.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 시민회의는, 개방 전에 오염 정화가 먼저인데, 위험한 공간으로 국민을 초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류 탱크 위에 맨발로 서서 까만 기름이 묻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임시개방 때도, 이국적인 풍경이나 경호 장비로 시범 운용된 로봇 개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동시에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요.

당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조사한 미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에 토지와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는 결과가 있었고,

관람 체류시간도 2시간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번 개방을 앞두고 환경 모니터링을 촘촘히 시행해 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에 실내외 11곳에 대해 공기 질 측정 방식의 모니터링을 시행해 주변 지역 4곳과 비교했는데, 실외 공기 질은 환경기준치 이내로 주변보다 낮거나 비슷한, 환경기준에 부합하여 안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모든 지역에 걸쳐 15cm 이상 흙을 덮고 잔디를 심거나 식생 매트를 설치하는 등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추가 안전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용산 어린이정원이 도심 속의 쉼터로 자리 잡을지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YTN 조은지입니다.

촬영기자;권석재 곽영주

영상편집;김지연

YTN 조은지 (zone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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