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시작하면 최종 판결까지 20년… 게임사 발목잡는 저작권 분쟁
피해 사실 입증 어렵고 권리범위 복잡
위메이드·엔씨소프트 등 과거 사례 보면 법적 분쟁 장기화
엔씨소프트는 과거 김택진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일군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올 3월 출시된 모바일게임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을 베꼈다며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키에이지 워 내 캐릭터 선택창, 게임 플레이 화면, 거래소 등이 거의 동일하고 무기를 혼합해 사용하는 리니지2M의 고유한 시스템도 고스란히 따라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동종 장르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정하고 1차 변론기일 지정과 재판부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법원에서 소장을 받은 후 이를 검토 중이다. 아키에이지 워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도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한국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 이직 많은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어제오늘의 일 아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는 과거부터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잦았다. 이직이 많으며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특정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인원수도 많기 때문이다. 특정 프로젝트 실패 후 바로 회사를 나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대형 게임사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타 개발자 등이 별도 회사를 차리는 사례도 많다.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해 위메이드를 차린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 넷마블에서 히트작 ‘세븐나이츠’를 개발한 스타개발자 정현호, 엔픽셀 대표 배봉건이 설립한 엔픽셀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은 하드웨어와 달리 아이디어 기반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어렵다. 특정 장르에서 타게임에서 흥행한 캐릭터와 설정 요소를 일부 사용하는 사례도 잦아, 리니지를 따라 하는 게임을 겨냥해 ‘리니지라이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국내 게임사간 저작권 분쟁은 이어지고 있다. 넥슨은 2021년 자사 신규개발본부에 재직 중이던 개발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 아이언메이스가 자사 미출시 프로젝트 ‘프로젝트 P3′를 무단 반출해 게임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며 지난해 아이언메이스를 경찰에 고소해 현재 조사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엔 NHN이 카카오게임즈 ‘프렌즈팝콘 포 카카오’가 자사 ‘프렌즈팝’을 모방했다며 특허소송까지 벌였으나 이듬해 화해하며 사안이 일단락됐다.
◇ 명확하지 않은 법적 기준… 장기화하는 법적 공방
문제는 저작권 분쟁이 최대 20년에 달하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의 경우, 국내 게임사 액토즈소프트,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인 중국 게임사 셩취게임즈와 저작권 관련 소송을 20여년간 진행 중이다. 2000년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했다. 당시 액토즈소프트 개발팀장이자 미르의 전설을 개발했던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위메이드를 설립하면서, 액토즈소프트는 미르 IP(지식재산권)에 대한 저작권 공동 보유 권리를 얻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2001년 샨다게임즈와 미르의 전설2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샨다게임즈가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측에 개발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고 미르 IP를 활용한 게임 ‘전기세계’를 출시하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2005년 셩취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이후에도 샨다게임즈가 미르 IP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을 무단 출시했다고 위메이드가 주장하면서 소송전이 이어졌다. 2017년 위메이드는 이들을 대상으로 싱가포르 ICC 중재법원에 제기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SLA) 종료 및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고, 법원은 지난 3월 셩취게임즈 등에 손해배상액 2579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액토즈소프트 역시 배상금 취소소송 등을 이어가며 분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셔와 게임 제작사의 협업이 필수적인 게임업계 특성상, 각자가 저작권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는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했다.
2008년 리니지3을 개발하던 일부 개발진은 집단 퇴사 후 크래프톤(옛 블루홀스튜디오)으로 이직해 ‘테라’를 개발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블루홀스튜디오를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4년 대법원 판결까지 약 6년이 걸렸다. 2021년 엔씨소프트가 웹젠에 제기한 소송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다.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우며, 기술 유출과 저작권 침해의 범위 역시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게임 저작권의 경우 기술 유출을 명시한 이메일이나 내부 서류 등을 증거로 제출해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마케팅뿐 아니라 개발이나 업데이트 등 기술에도 관여했을 경우 개발사뿐 아니라 퍼블리셔도 게임 IP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등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기가 어렵고 상황도 복잡해 법적 분쟁이 장기화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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