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의 노련한 도발, 후배를 보호한 좌석환 우경민...베테랑들의 심리 싸움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어떻게든 6연패를 끊고 싶었던 한화 최재훈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팀을 위해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투구에 맞은 뒤 마운드로 걸어나가며 화를 내며 선발 투수의 멘탈을 흔들었다. 양 팀 더그아웃은 순간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마운드에 있던 두산 김동주는 모자를 벗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칫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수도 있는 급박한 순간 1루수 양석환과 3루수 허경민은 마운드로 뛰어갔다. 후배를 보호하기 위한 선배의 든든한 모습이었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자칫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나왔다. 하지만 이건 분위기 반전을 위한 베테랑의 심리 싸움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던 한화의 4회초 공격, 최재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동주의 143km 패스트볼이 제구가 되지 않으며 최재훈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고 최재훈은 화를 내며 마운드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최재훈이 마운드로 걸어가자 양 팀 더그아웃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두산 포수 장승현이 최재훈을 잡고 진정시켰고 최재훈은 헬멧을 벗고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참았다. 그리고 김동주는 모자를 벗고 최재훈에게 고개를 숙여 두 번이나 사과를 했다.
최재훈이 화를 참으며 상황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두산 양석환과 허경민은 오랜 시간 마운드 옆에서 김동주를 지켰다. 김동주는 지난 2021년 프로에 입단한 선수로 올 시즌 이승엽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투수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잘 던지다가도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험 많은 베테랑 최재훈은 그 점을 노리고 분위기 반전을 위해 화를 내며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고 적중했다. 최재훈의 도발에 크게 당황한 김동주는 이후 흔들렸다. 4회초 1사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잘 막고 있었지만 이후 포수 실책과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두산은 김동주를 내리고 최승용으로 교체했다.
최재훈의 노련한 도발을 발판 삼아 이른 시간 두산 선발 투수를 강판 시킨 한화는 7회초 상대 불펜진을 공략해 8점을 뽑는 빅이닝을 만들며 8-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지난달 26일부터 이어진 6연패에 늪에서 탈출했다.
[김동주 사구 때 화를 내며 마운드로 걸아간 최재훈과 김동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운드에 모인 양석환과 허경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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