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그]"천의 하나 의사가 못잡은 질병, AI로 잡는다"

인공지능(AI) 활용한 진단 보조 솔루션 의료현장 도입 가속화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 2025년 362억달러…연평균 성장률 50.2%
의료진 판독 보조 통해 조기 진단 및 치료 효율 제고…현장 반응도 우호적

[편집자주] [바이오로그]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바이오산업이 각 국가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의약품 개발·제조에 국한됐던 바이오산업 범위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과 조합을 이루는 첨단융·복합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산업 현장 깊숙이 찾아가 진화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일지(log)를 기록해본다.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전 산업에 고르게 적용 중인 인공지능(AI)과 고도화 된 기술력을 요하는 헬스케어 산업의 융합은 필연적이다. 특히 최근 질병의 관리가 치료 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지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인 의료진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진단을 AI가 보조하는 진단 솔루션은 이같은 흐름에 가장 잘 부합하는 조합이다. 이에 AI 진단 보조 솔루션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의료 AI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21억달러(약 2조8100억원)에서 2025년 362억달러(약 48조4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50.2%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의료인의 체감도는 어떨까. 머니투데이가 만난 최중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원장(영상의학과전문의)은 "백의 하나, 천의 하나라도 의사가 잡아내지 못하는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비전염성 만성질환과 국민보건의료 시책 상 필요한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과 치료, 조사연구 등을 위해 지난 1964년 창립된 세계보건기구 건강증진병원(WHO-HPH) 회원 기관이다. 취재를 위해 찾은 서울 서부지부는 약 40명의 전문의료진과 200명의 분야별 전문인력을 통한 정밀 검진이 가능하다.

최중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원장(영상의학과전문의)이 흉부 엑스레이 판독을 위해 '루닛인사이트 CXR'을 구동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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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의료 AI기업 루닛 판독보조 솔루션 '루닛인사이트' 대표적…국내만 300개 이상 의료기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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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협 서울 서부지부는 1세대 의료 AI 기업으로 꼽히는 루닛의 판독 보조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 기관이다.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10가지 흉부 이상 소견을 검출할 수 있는 '루닛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유방암 의심부위 검출 및 유방 치밀도를 분류할 수 있는 '루닛인사이트 MMG'를 통해 환자의 진단을 보조하고 있다. 정확도는 96~99% 수준이다. 건협처럼 루닛인사이트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국내에 300개 이상이다.

최중찬 원장은 "건강 검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디지털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실제 임상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들이 도입되는 중"이라며 "아직 더 발전할 필요는 있지만 진단의 질 유지 및 제고, 의료진의 피로도 감소, 환자 만족도 증가 등이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진단은 말 그대로 '보조' 수단이다. 숙련된 전문의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검진과 진단이 이뤄지는 것은 AI 진단 솔루션 도입 전후가 동일하다. 하지만 특이 케이스 진단 어려움 한계와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육체·정신적 피로를 경감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이라도 판독이 까다로운 경계성 질환을 감별하는 경우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하기 쉽지 않다. AI 솔루션은 이런 상황에서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어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를 위한 안전망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중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원장(영상의학과전문의)이 AI 진단 보조 솔루션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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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진단 보조 솔루션, 검진 적시·정확성 높인다는데 의미…진단 놓치면 치료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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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의 적시성과 정확성이다. 특히 악성 종양인 암은 최근 다양한 치료법의 개발에 따라 적시에 발견하게 되면 환자의 생존율 뿐 아니라 이후 치료 비용 측면에서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정확한 진단에 따라 불필요한 추가 검사를 줄이거나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등의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중찬 원장은 "진단 분야에서 놓친다면 치료 분야 역시 최적의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전체라는 큰틀에서 봤을 때도 AI 진단 보조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기에 진단이 된다면 치료 과정에서도 시기를 앞당기고 추가적인 검사 결정 등에 있어 의료진 판단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 AI 진단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하지만 그 침투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루닛의 경우 지난 2019년 4월 루닛인사이트를 출시해 3년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동입 의료기관 1000곳을 돌파했다. 이후 5개월 만에 2000곳을 넘어섰다. 도입 의료기관의 84%가 해외 의료기관일 만큼 전세계적 수요가 높은 상태다. 특히 유방촬영술 관련 AI 도입 기관 중 루닛 제품의 사용 비중은 8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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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수단으로 활용 가능…풀어야 할 기술·제도적 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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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진단 솔루션은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현재 700명 이상의 전국 보건소 보건의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단 13명에 불과하다. 특히 3년마다 교체되는 공보의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진의 잦은 교체는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공공의료 고질적 문제로 연결됐다. AI 솔루션을 지역 보건소 및 상급의료기관과 연계해 사전 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인력 부족 해소와 국가적 중대 질환 관리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주재회의에서 발표한 범부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에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술을 공공의료기관과 의료 취약 지역에 도입 및 확산하는 내용을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대 중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초기 기술인 만큼 기술적 발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은 판단 가능한 변수에 취약한 측면도 가지고 있다. 진단의가 필수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야하는 이유다. 최 원장은 "AI 역시 사람과 같이 완벽하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어 아직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필요는 있다"며 "잡아낼 수 있는 질환 종류와 변수를 걸러낼 수 있는 데이터 등이 좀 더 풍부해 지면 현장에서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의료진 호응에도 아직 제도권 내 편입이 되지 않은 점도 풀어야할 과제다. 관련 제품이 비급여 품목으로도 분류되지 않아, 일부 연구용을 제외하면 의료기관이 순수 구입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움이 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면 궁극적으로 의료진과 환자 및 보험자에게 큰 효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보험 구조에서 제도권으로 편입되기까지는 일정 기간 검증이 필요하지만, 중간적 제도로 활성화할 수 있는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