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에 갑질'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내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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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시정 방안을 내달 심의한다. 삼성전자는 잠정 합의된 자진시정·피해 구제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7일 전원회의를 열고 공정위 심사관과 브로드컴이 협의해 마련한 동의의결안을 인용할지 심의·결정할 예정이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2020년 3월2 7일부터 2021년 7월 2일까지 삼성전자가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5000만달러 이상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삼성전자의 계약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은 셈이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을 심사하던 중 지난해 8월 브로드컴의 신청을 받아들여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올해 1월 삼성전자에 부품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의 행위를 하지 않고 반도체 분야 중소사업자 상생지원을 위해 2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없이 200억원이란 적은 금액으로 브로드컴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구제 방안이 추가되지 않고 동의의결안이 결정되면, 대형 국제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동의의결 잠정안에 포함된 브로드컴의 상생기금 마련 규모는 20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기간에 '동의의결안에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포함하거나, 동의의결 대신 정식 심의를 통해 브로드컴의 위법 여부를 확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달 열리는 전원회의에도 출석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음달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심사관-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기각하면 사건 심의가 재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