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 만드는 것, 나의 소명"
장애아이를 돌보는 이음 봉사, 부모에겐 소중한 쉼 제공
'포코 아 포코' 책 통해 장애교육의 이해 넓혀
"신앙인의 삶은 언어에서 드러나"…"장애인식 개선 위한 역할 하고파" 로드인터뷰_사람꽃>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4월 29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삼양교회 황현철 안수집사(제주영송학교 교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영송학교 교사인 삼양교회 황현철 안수집사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서머나교회 이대희 목사가 만나봅니다.
◆이대희> 특수학교 교사가 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황현철> 제가 2005년 3월 2일자 발령이거든요. 횟수로는 이제 한 18년 정도 됐네요.
◆이대희> 다니고 있는 제주영송학교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주시죠.
◇황현철> 제주영송학교는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구요. 1987년 설립됐어요. 그 당시 제주도의 특수교육기관이 거의 전무한 시절이었거든요. 그때 저희 설립자께서 제주에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만드신 걸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주 특수교육을 이끌고 있고, 유치원 과정의 아이들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2년 동안 추가로 교육받는, 그러니까 일반 학생들로 생각하면 전문대학교와 같은 과정의 전공과도 있습니다.
학생 수는 현재 기준으로는 한 180명 정도, 교직원은 한 100명 정도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대희> 특수학교 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황현철> 초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장래 희망은 선생님이었는데, 어떤 선생님이 되겠다는 건 크게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고등학교에서 사범대학교를 진학할 때 과목을 하나 정해야 되니까 '나는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 게 어울릴까' 생각하다가 국어 선생님이 되기로 했어요.
그래서 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입학을 한 거죠. 근데 저희 학교에 뇌성마비를 가진 학우가 한 명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학우가 그렇게 심한 장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제가 장애인을 거의 처음 만난 거랑 비슷했거든요.
학창시절 동안 한 번도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가 대학교에서 그 친구를 딱 만났는데 저는 사실 충격을 좀 받았어요.
몸이 조금 힘든 친구였는데 4층 강의실까지 어렵게 계단을 올라서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앞지를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 친구의 뒤에서 따라 올라가면서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죠. '저렇게 몸이 어렵고 힘든데, 이렇게 어려운 몸을 가지고 왜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할까, 왜 이게 배우고 싶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친구가 특수교육과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특수교육에 대해서 궁금하기 시작했고, 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과라는 걸 알고 나서는 그 특수라는 단어가 잘 지워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학기 정도를 좀 맴돌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말씀을 보는데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이 확 와 닿았어요. 그 말씀을 읽는데, 내가 해야 될 일이 뭔지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가장 지극히 작은 자를 가르치는 사람이 돼야 되겠다는 확신 같은 게 그때 조금 들었어요. 그래서 전과를 해서 특수교육 국어 선생님이 됐죠.
◆이대희> 얼마 전에 책을 내셨더라고요.
◇황현철> 책 제목이 '포코 아 포코'라는 책인데요. 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스페인어입니다. '조금씩 그리고 점점'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이걸 저희 성가대 악보에서 봤는데요. 그 뜻이 너무 와 닿았어요. 우리 아이들과도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서 책 제목을 정했고, 책 내용은 총 3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18년 동안 가르치면서 겪었던 아이들의 이야기고요. 2부는 그 아이들을 지원하고 양육하시는 부모님의 이야기, 그리고 3부는 제가 만난 동료들, 특수교사들의 이야기들로 해서 에세이집으로 묶었습니다.
◆이대희> 이 책을 쓰고 나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황현철> 일단은 저희 학생 부모님들께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어요. 지지를 받았다는 마음을 느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집필을 하면서 의도했던 것들은 부모님들이 지금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보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응원을 좀 담았고요.
또 동료 교사들도 특수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특수교사가 하는 일이 이런 거구나, 특수교사들이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격려도 받았고, 그 책으로 장애인 부모님들이나 지역사회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이대희> 그래서 SNS를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일상들이 참 따뜻하게 담겨져 있어요.
◇황현철> 제가 SNS를 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아이들이다'라는 것도 좀 보여주고 싶고,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그냥 조금 다를 뿐인데, 아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렇지 않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를 사진과 글로 올리고 브런치 같은 곳에도 글을 쓰면서 특수교육과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었습니다.
◆이대희> 삼양교회 안수집사님이세요. 신앙의 삶이, 하고 있는 일들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십니까.
◇황현철> 안수집사의 직분 주신 건 참 감사한 건데요. 때로는 제가 거기에 합당한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주신 직분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맡은 자의 구할 것은 충성이라 하셨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충성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신앙인의 삶은 언어에서 드러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언어가 참 중요하고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씀도 있고, 또 하나님께서도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으니까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세워주는 말 그리고 격려하는 말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요.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걸 학교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런 선교적인 사명을 가지고 소외된 사람들 또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그 말이 또 곧 선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대희>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황현철> 저는 모태 신앙인이고요. 저희 부모님은 장로님, 권사님이시고 저희 외조부께서 선교사분을 사랑방에 모셔서 교회를 만드신 분입니다.
그 교회가 경상북도에 있는 남호교회라고 하는데요. 그 교회가 저희 외할아버지 사랑방에서 시작을 했고요. 그 신앙을 저희 부모님들이 이어오셨고 또 저에게 이어와서 현재에 이르고 저희도 아이들을 신앙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대희> 비영리 봉사단체인 '이음'의 대표이기도 한데, 어떤 활동을 합니까.
◇황현철> 이 봉사단체는 제주에 있는 특수교사들의 봉사 모임이고요. 순수하게 자발적인 봉사모임입니다.
현재 한 50여 명의 선생님이 가입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주된 활동은 주말이나 방학 때 아이들을 돌봐주는 활동을 해요. 아이들이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는 나라에서 주는 월급 받고 하는 일이고요. 그건 그야말로 일이고 그 외에 부모님들이 아이를 키울 때 참 힘들잖아요.
그걸 외면하고 나만 잘 살면 되나 이런 생각을 좀 하게 됐어요. 그래서 가장 힘들 때 선생님이 와서 잠깐의 쉬는 시간을 선물하면 부모님들의 숨통을 열어주는 거라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 찾아다니던 것이 소문이 나면서 같이 하겠다는 분들이 늘어서 이렇게 50여 명의 선생님들이 모인 겁니다. 근데 저희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일이라서 저희 특수교사로 한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취지에 동감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후원금을 주셔서 그 돈으로 아이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요, 목욕탕도 가고 오름도 갑니다. 여름에는 캠프도 하고,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대희> 지금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도 밟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봉사활동도 하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이 모든 걸 어떤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황현철> 딱히 어떤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조금 더 내가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은 올해 시작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이런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음'을 한다고 할 때도요. 저도 좀 쉬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제가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 특성도 잘 아니까 힘든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부모님들이 느끼는 고마움은 제가 드리는 수고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저는 5정도의 수고를 했는데, 부모님은 한 10정도의 기쁨을 누리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어떨 때는 하기 싫을 때가 있다가도, 제가 5를 드렸는데 10의 기쁨을 누리시면 5만큼 더 세상이 따뜻해진 거잖아요. 그러면 또 안 갈 수가 없고요.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대희> 혹시 앞으로 또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요.
◇황현철> 지금은 주어진 아이들, 제가 담당하는 아이들, 제주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제가 아는 게 그렇게 많이 없구나, 또 부족하구나 이런 생각들을 좀 하게 되고요. 또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떤 걸 공부를 해야 될까 고민하다가 저는 교육 정책 같은 것에 좀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정책에 대한 부분들을 좀 더 공부해서 박사를 받은 후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들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그게 정책으로 다시 내려오면 제주에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장애 아이들을 위한 일도 되겠다는 생각이 돼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애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 거기에 소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대희> 교사로서 특별히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의 자리에서 지내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황현철> 4월 21일 장애인의 날이었어요. 저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마음에 되새기는 내용들이 있는데요. 어떤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장애인의 날을 기억하지 말고 장애인인 나를 기억해주세요'
그 말은 저에게 큰 울림이 됐고요. 세상이 장애인의 날에만 장애인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고 사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다, 또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의 이해라든지 인식 개선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역할을 하려고 하고요. 그게 서두에 얘기했던 지극히 작은 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한 명이라도 한 가정이라도 나의 일과 나의 손길로 희망을 보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찾고, 또 한 명의 사람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저는 지내고 있습니다.
◆이대희> 지금 마음에 품고 기도하고 있는 기도 제목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황현철> 저희 집 보조 욕실에 항상 매년 기도 제목을 붙여놓거든요. 거기에 1번 기도 제목이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는 힘 주십시오'라고 돼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사명은 특수교사로서의 제 삶도 있고 교회에서는 안수집사로, 교사로, 성가대로 봉사하는 그 직분들을 잘 감당할 수 있는 힘도 마찬가지고, 또 제가 아이들을 뜨겁게 사랑했으면 좋겠거든요.
그 뜨거움이 식지 않도록, 저도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냉랭한 마음이 되지 않도록,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그걸 항상 1번으로 기도하고 있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교회가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교회가 어려운 시대잖아요. 사회로부터 바라는 기준이 높다보니까 교회가 거기에 부합하는가,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도 있고, 그래서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 고향 교회 그리고 부모님들이 섬기시는 교회들, 더 나아가서는 한국 교회까지, 교회의 사명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만남의 축복을 주셔서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또 해야 될 학업도 잘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세 가지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대희> 어떤 계기가 돼서 제주에 입도하신 건지도 궁금합니다.
◇황현철> 제가 제주도에 온 것은 2015년 3월 2일자로, 제주영송학교로 전근을 왔거든요. 우리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인데, 그때 제주도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어요.
다행히 또 감사하게도 아내도 거기에 동의해 줬고 그래서 제주영송학교로 전근 신청을 했습니다. 그전에는 경기도에 있는 부천혜림학교라는 곳에서 10년 동안 특수교사로 근무했고요. 제주에 오면서 삼양교회를 만나게 됐고, 그때 어린이집 다니던 둘째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제주가 너무 잘 키워줬습니다.
◆이대희> 이 시간을 통해서 청취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황현철> 우리 크리스천들이 우리 사회적인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좀 더 돌보고 섬기는 자의 삶을 살면 어떨까 싶어요. 나보다 남을 더 우선하는 것이 우리 예수님의 가르침이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좀 실천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더불어 크리스천이 아니신 분들에게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또 장애인을 가족으로 가지고 있는 가족들도 있고 또 나는 장애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일지라도 길에서나 어디서나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만날 때 따뜻하게 대해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그 실천은 지금의 나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혹시 내가 어제 만났던 누구, 또 내일 만날 누군가 떠오르는 분이 있다면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 주면 참 좋겠다, 세상이 1도는 더 따뜻해지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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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PD ymi7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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