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시아, 서방 해저 케이블 공격 땐 전 세계 인터넷·금융거래 치명타”
지난해 가스관 폭발사건 후 우려 커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에 피해를 주기 위해 유럽과 북미의 핵심 해저 인프라에 대한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시도할 수 있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보 당국자가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틀러 나토 정보·안보담당 사무차장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서방의 일상에 피해를 주고 우크라이나에 안보를 제공하는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저 케이블 및 기타 핵심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대서양에서 몇 년 사이에 가장 활발한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북해와 발트해에서의 활동도 증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캐틀러 사무차장보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를 불과 400개의 케이블이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케이블들을 통해 하루 10조달러(약 1경) 규모의 금융거래가 이뤄진다. 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러시아 선박들이 덴마크 인근 해저에 있는 인터넷 케이블, 가스관, 전력선 등의 위치를 염탐해왔으며 유사시 파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덴마크는 풍력발전소와 기타 핵심 인프라가 있는 해역을 ‘보안 구역’으로 설정해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의 항행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의문의 공격을 받아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북유럽 지역에서는 해저 가스관이나 케이블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덴마크 DR, 노르웨이 NRK, 스웨덴 SVT, 핀란드의 Yle 등 북유럽 국가 방송사들은 지난달 러시아가 북해 풍력발전소와 통신 케이블을 파괴하기 위해 어선과 연구선으로 위장한 선박들을 북해에 파견했다고 공동으로 보도했다. ‘그림자 전쟁’이라는 제목의 이 시사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송신기를 끈 채 항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류 밀거래 등 해상 불법 환적을 시도하는 선박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북해 해역에서 풍력 발전소와 해저 케이블, 해저 가스관 등을 염탐하던 러시아 선박이 네덜란드 당국에 적발돼 추방되기도 했다.
나토는 해저 인프라 안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나토 본부에 ‘핵심 해저 인프라 조정 센터’를 운용 중이다. 센터 책임자인 한스베르너 비어만 중장은 이날 “위협은 실체적”이라면서 북해와 발트해에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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