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 탐험 거뜬…유럽 ‘꿈의 우주선’ 개발 잰걸음

이정호 기자 2023. 5. 4. 12: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비 좋은 ‘핵 전기 추진’ 검토
2035년 등장 목표로 연구 속도
‘핵 전기 추진(NEP)’ 우주선이 비행하는 상상도. 유럽우주국(ESA) 제공

유럽 과학계가 원자로에서 추진력을 얻는 신개념 우주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표로 한 첫 비행 시점은 2035년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한다면 인류가 태양계를 넘어 먼 우주를 장기간 탐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은 3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이 먼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선에 장착할 ‘핵 전기 추진(NEP)’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SA의 검토 작업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NEP 연구는 체코 프라하대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소속 과학자들, 그리고 유럽 우주기업인 OHB 연구진이 주도하고 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쓰고 있는 로켓은 대부분 등유나 액체수소 같은 화학연료를 사용한다. 화학연료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뽑아내는 데 좋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비추력’이 적다.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연비가 안 좋은 현재 로켓으로 먼 우주를 오래 비행하려면 연료를 엄청나게 많이 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동체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져 정상적인 이륙과 비행이 어려워진다. 지구와 가까운 행성인 화성을 넘어 인류가 태양계 밖으로 진출하려면 기술을 개선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적은 연료에서 오랫동안 힘을 뽑아낼 수 있는, 비추력이 높은 새로운 추진기관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ESA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NEP이다. 핵반응으로 생기는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 추진 시스템에 공급한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비추력이 크다는 점이다. 화학연료를 쓰는 로켓의 약 15배에 이른다. 동체에 연료를 적게 싣고 장거리 우주비행을 하기에 딱 좋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우주선을 오랫동안 비행시킬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ESA는 향후 11개월간 연구의 타당성을 검증한 뒤 이후 투입할 지원액 규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 중인 OHB 체코스페이스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NEP는 인류가 미래에 태양계를 넘어 우주탐사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ESA는 기술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35년에 NEP를 장착한 우주선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원자력을 이용한 우주선 추진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 중국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