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꺼내니 우르릉 쾅”... ‘고고학 1세대’ 윤근일이 전하는 그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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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날이 한순간에 어두워지고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비가 쏟아졌습니다. 금관이 출토될 때였죠. 조사원과 인부들 모두 놀라 금관을 내려놓고 현장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지난 1973년 천마총 발굴에 참여했던 '한국 고고학 1세대'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0년 전 천마총 유물 발굴 당시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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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날이 한순간에 어두워지고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비가 쏟아졌습니다. 금관이 출토될 때였죠. 조사원과 인부들 모두 놀라 금관을 내려놓고 현장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지난 1973년 천마총 발굴에 참여했던 ‘한국 고고학 1세대’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0년 전 천마총 유물 발굴 당시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학자 정영호 교수의 소개로 천마총 발굴 현장에 투입된 그는 작업 일지를 작성하는 일을 주로 했다.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이 일지는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금관이 출토된 1973년 7월 27일 작업일지에 “금관을 드러낼 때쯤 청명하던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폭우가 퍼붓기 시작했다”고 적혀있는데, 이는 왕의 무덤을 건드린 것에 대해 하늘이 노여움을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더해져, 천마총 발굴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로 회자됐다.
윤 전 소장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했다. “그 때 제가 27살이었어요. 발굴에 참여하고 싶지만 참여하지 못한 이들의 질투, 시기가 엄청났죠. 역사적인 발굴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영광이고 행운입니다.”
1973년 천마총 발굴은 국가 주도의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해방후 우리가 주도해 실시한 첫 발굴이었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주도했죠. 이전에는 일본인들이 발굴조사를 주도해서 우리나라 조사원들은 거의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유물을 가져가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학술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천마총 발굴 이후 우리나라의 문화재 조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부터 황남대총, 월성, 동궁과 월지가 순차적으로 발굴되며 신라 문화유산이 본격적으로 깨어나게 됐다. “천마총 발굴 이전엔 정말 열악했어요.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방법도 몰랐고요. 천마총 발굴로 인해 조사 방식, 보존처리 방법 등이 정립됐습니다. 그때 우리 경험이 토대가 돼 문화재 조사가 자리를 잡은 거죠.”
이후 윤 전 소장은 안압지, 황룡사지 등 우리나라 고고학사에서 큰 분수령을 이룬 경주지역 발굴에 거의 모두 참여했다. 이후 경주문화재연구소 전신인 경주사적관리사무소 학예연구사로 공식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경주문화재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천마총으로 인해 잘 견디고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는 그는 “지난 50년간 한국의 문화재 발굴 및 보존과학이 크게 발전해 뿌듯하다. 앞으로도 우리 후배들이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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