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초유의 금리차에 시장 불확실성 커져… 한은 25일 인상·동결 딜레마

김지현 기자 2023. 5. 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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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차(1.75%포인트)를 두고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겨 자본 유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남은 기간 1340원을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자금 유출 우려가 현실화하면 인상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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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베이비스텝… 기준금리 5.25%
수출 고전 속 외자유출 가능성
한국경제 펀더멘털 악화 우려
“인상 불가피” vs “되레 부작용”
환율 안정땐 동결 우세 전망도
미국 또 금리 인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한국 대응은…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가운데,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송도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차(1.75%포인트)를 두고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겨 자본 유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남은 기간 1340원을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자금 유출 우려가 현실화하면 인상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 흐름이 더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은이 3연속 동결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내려온 데다,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0%에 가까운 분기 성장률이 이어지는 경기 둔화 추세와 금융 불안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Fed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1.75%포인트로 벌어졌다. 1.75%포인트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렸던 2000년 5∼10월에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1.50%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환율 움직임마저 불안한 상황이어서 금리 역전 폭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는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에 비해 낮아지면 투자 유인이 낮아져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이는 원화 약세로 이어져 경상수지 악화,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 자금시장이 마비되고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1200원대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340원대까지 치솟았다. 무엇보다 달러 가치가 하향 추세인데도 원화 가치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4월 말 기준 101.50으로 3월 말(102.14)보다 0.6% 하락했다. Fed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근본 요인인 무역수지 악화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율 불안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환율과 외국인 자금 동향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은이 오는 25일에도 2월, 4월에 이어 3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나 금융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4월(-26억2000만 달러)까지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 역시 1년 반 넘게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에 의해서도 자본유출은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은 금리를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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