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1년 추가 유예 ‘청신호’…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최지희 기자 2023. 5. 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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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삼성·SK 中 공장 수출 통제 유예 신호
韓 산업부 “美와 긴밀히 협의 중… 분위기 긍정적”
국내 업체들 “상황 지켜보는 중”
1년 단위 불확실성은 여전… “장기 대책도 논의 중”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내부./삼성전자 제공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대(對)중국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어도 내년 10월까지는 차질 없이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중 수출 통제 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향후 공식 통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美 1년 유예 메시지 보내”… 韓 정부·업계, 분위기 긍정적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각)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중 수출 통제 유예 조치를 연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적어도 1년 더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어 기업이 따로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미 상무부와 관련 협의를 이어온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저지하려는 조치로 18㎚(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 이하 로직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 반도체 공장 내 첨단 장비 업그레이드가 막혀 기업들은 중국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 된 셈이다.

발표 사흘 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 1년간 규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들 4개 기업에만 올해 10월까지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중국 내 공장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들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의 약 40%를 생산하고,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의 약 4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중국 다롄에 두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업계는 미국의 유예 조치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았다. 미 정부의 제재 유예 조치가 극히 이례적인 일인 만큼 유예가 수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공정 전환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큰 데다 전후공정이 엮여 있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현지 설비를 타국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아 국내 기업들은 미국을 오가며 물밑 협의를 벌였다. 동시에 정부도 미 상무부와 계속 협의를 이어갔다.

1년 유예 종료 기한을 5개월여 앞두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숨을 돌린 업계는 추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유예 조치와 관련 “유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노력을 최대한 하겠다”고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장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공장 운영 효율성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향후 중국 내 운영 계획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선 중국 내 운영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 “장비 수출 통제 기준 등 변화 가능성”… 불확실성은 여전

일각에서는 유예 연장과 더불어 추가 조치가 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난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은 대중 수출 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장비 수출 통제 허가 내용이나 기준 등과 관련해 향후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유예가 연장되더라도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커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크게 교란시키지 않으면서 한국과 대만이 대중 제재에 동참하도록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유예 기간은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것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인 3~5년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첨단 메모리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년 단위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과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현재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등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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