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온실가스 감축 위한 적극적 대안들
文정부 감축 목표는 비현실적
尹정부는 약속 준수 입장 천명
산업부문 목표 11.4%로 완화
또 차기 정부로 떠넘길 가능성
적극 지원책으로 산업계 설득
전기료 인상해 절약 유도해야
정부는 지난 4월 21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공표하면서, 직전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준수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의 NDC를 확정했다. 현 정부는 탄소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문 정부가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차기 정부에 모든 부담을 넘겼다며 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과학적이며 현실적인 감축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며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완화하기도 했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6차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050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정했는데, IPCC 보고서는 1.5도 저지선이 이르면 2040년 이전에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2020년 이후 태어난 미래세대가 향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기후 시한폭탄에 직면할 것이라며,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60%까지 감축할 수 있도록 각국이 NDC를 상향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 그에 상당하는 글로벌 책임과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이러한 기대와 역행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 5년간(2023∼2027년) 감축분은 전체의 25%인 데 비해 차기 정부 3년간(2028∼2030년) 감축량은 75%나 된다. 현 정부에서는 온실가스를 매년 2%씩 줄이면 되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매년 9.3%씩 감축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 정부를 비난하기 전에 현 정부의 로드맵이 과연 현실적인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전력(37%)과 산업(36%)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두 분야를 합하면 전체의 4분의 3에 가깝다.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완화한 것은 기업의 탈(脫)탄소 동기 부여를 약화시켜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탄소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 산업계 감축 목표를 줄이기보다는,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업계를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자국 내에서 생산한 친(親)환경차에만 보조금을 줘 우리에게 큰 비판을 받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탄소 감축을 위한 엄청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30%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향후 4년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116억 달러(약 15조5400억 원)를 지원한다. 산업 부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지원책으로 업계를 설득하며 추진해야 한다.
산업 부문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전력 부문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화력발전을 친환경 전력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전 국민과 기업을 동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이 전기요금의 현실화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하고 있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의 전국적인 확대도 필요하다. 일반 가정과 상업·아파트 단지에서 전기나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면 감축률에 따라 현금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IPCC 보고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폭염과 홍수, 해수면 상승, 빙산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과 같은 기후 재앙으로 미래세대가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그 속도와 규모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온실가스 감축을 차기 정부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업 부문과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를 현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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