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X' 덱스에 홍진호까지 가세한 반전의 끝판왕('피의 게임2')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5. 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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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까지 간 ‘피의 게임2’, 시즌2보다 독해진 재미와 스케일

[엔터미디어=정덕현] "아 쟤 미친X이야."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2>에서 아나운서 박지민은 정글 한 가운데서 대뜸 닭을 맨손으로 잡아온 덱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피의 게임> 시즌1에서도 함께 출연했던 인물들이다. 시즌2에서 아무 것도 없이 발리의 어느 정글에 떨어진 그들은 그곳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피의 게임2> 2회만 보면 마치 <정글의 법칙>을 보는 것만 같은 상황. 정글 한 가운데서 닭을 잡고 불을 피우고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웬 <정글의 법칙>이냐고? <피의 게임2>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국내의 어느 단독주택을 배경으로 했던 시즌1과 달리 발리의 정글 한 가운데에서 모두가 묶인 채 시작한 건 예상 밖이었지만, 그들이 묶인 줄을 풀고 이제 게임이 펼쳐질 '피의 저택'까지 선착순으로 가야하는 미션이 제시되자 역시 <피의 게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1명이 시작한 게임. 꼴찌로 도착한 파이와 최종 탈락을 두고 벌일 대결자를 투표로 선택하는 방식이나, 그렇게 뽑힌 후지이 미나가 대결에서 이겨 파이가 탈락하는 그 상황도 시즌1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갈 것처럼 보였던 시즌2의 첫 회는 맨 마지막에 이르러 박지민이 다른 참가자인 서출구를 불러 정원에 있는 석상을 밀자 생긴 비밀통로로 그를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에서 여지없이 예상을 깼다. 서출구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를 찍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고 그 안에는 복면을 한 세 명이 서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박지민님에 의해서 심판자의 역할을 지금 이 순간부터 맡게 될 것입니다."

<피의 게임> 시즌1이 흥미로웠던 건 탈락자가 그걸로 끝난 줄 알고 '피의 저택'을 빠져나갔을 때 그들이 다시 이 저택의 지하실로 인도되는 반전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건 마치 <기생충>의 지하와 지상으로 나뉜 계급 구조를 재연한 듯 했다. '피의 저택'은 그렇게 지상층과 지하층으로 공간을 구성했고, 지하층의 존재를 모르는 지상층 사람들과, 지상층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갖게 된 지하층 사람들이 대결하게 됐다. 이로써 게임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색다른 전개로 흘러갔다.

시즌2는 이제 공간을 정글 한 가운데의 빌라로 옮겨,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피의 저택에 머무는 이들과 그 바깥의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정글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로 나눠 놓았다. 2회에는 그래서 며칠 전에 미리 도착해 정글팀이 된 박지민, 덱스, 홍진호, 신현지가 그곳에서 생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느닷없이 닭을 잡고 불을 피우는 <정글의 법칙>의 장면들이 연출된 건 그래서였다. 물론 이들은 '피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공격의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정글과 저택이라는 다른 환경을 구성하고 만들어진 대결구도는, 마치 문명 바깥에 있는 원주민들과 문명이라는 이름하에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문명인들의 대결구도를 은유해낸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덱스와 박지민은 시즌2에서도 이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들로 맹활약한다. 시즌1을 봤던 시청자라면 덱스가 닭을 잡아왔을 때 박지민이 '미친 X'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떠올리는 장면이 있을 게다. 시즌1에서 지하층에 이들이 함께 갇히게 됐을 때, 두 사람이 힘을 써도 부서뜨리지 못했던 자물쇠를 덱스가 온전히 제 힘으로 깨버리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지하층 사람들이 "미친 X 아니냐"고 감탄했던 장면이 그것이다.

박지민은 시즌1에서도 놀라운 정치와 배신으로 맹활약했는데, 시즌2에서도 서출구를 포섭해 정글팀 쪽으로 끌어오는 과정에 똑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여기에 게임 본좌라 일컬어지는 홍진호는 정글 한 가운데서 게임머니를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상상 이상의 활약을 해내는데다 정글과 저택으로 나뉘어 팀이 대결하는 구조에 개인전 요소까지 더해져 <피의 게임2>는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 불가의 반전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사실 다소 어렵고 복잡한 미션과 게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너무 머리를 쓰면서 봐야 하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의 게임2>는 그 게임만이 아니라 정글과 저택으로 나뉜 팀 사이에 만들어진 감정들에 의해 향후 벌어질 '전복적 상황'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연 정글팀은 저택을 접수하게 될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택 안에서 편안함과 럭셔리함을 누렸던 이들은 정글 바깥에 내몰려 어떻게 생존해갈까. 이런 기대감과 이를 끝없이 배반하는 반전의 연속이 <피의 게임2>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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