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주가조작' 이전과 다른 3가지…다단계·자금세탁·장기
마라탕 식당 등 교묘한 자금세탁…3년 걸쳐 금융당국 눈 피해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기자 =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가 발생한지 열흘이 지나면서 주가조작 일당이 사용한 수법들도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조작이 다른 사기수법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범죄'라고 평가한다. 최근 강남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이 보이스피싱과 마약범죄가 결합한 것과 닮은꼴이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주가조작 사태가 과거와 다른 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연예인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익이 늘어나는 다단계 방식이 활용됐다. 또 주가조작 일당이 골프연습장이나 음식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익을 챙겼다. 일종의 자금세탁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주가조작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해갔다.
특히 주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원만 10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처벌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예인 앞세워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 모집…임창정 외에 박혜경·노홍철·솔비까지 영입 시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점이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우고 투자자를 끌어오면 더 큰 수익을 보장하는 다단계 수법이 활용됐다.
가수 임창정씨는 주가조작단이 개최한 한 투자자 모임까지 참석해 라덕연 대표에 대해 "아주 종교야!"라고 말한 모습까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일당들은 가수 박혜경씨는 물론 노홍철과 솔비씨에게도 투자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유명세와 발언을 통해 투자자들을 환상을 심어주고, 포섭된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더 큰 수익을 떼주는 방식으로 맹신하게 한 다단계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실제 이들은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자 수익의 50%를 떼주는 방식으로 다단계 영업을 했다.
이렇게 유명인을 앞세운 다단계 투자 방식으로 피해자 수는 무려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초기에 투자자금이 많이 필요할 때는 정·재계 인사, 의사, 유명 연예인 등 고소득자가 대상이었지만, 나중에는 회사 청소부가 투자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당들은 투자자들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주가조작에 활용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상당수는 주가조작 혐의로 처벌을 받게될 처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사람들의 심리를 지배하기 위해서 연예인 전면에 내세웠다"며 "(투자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무장 해제시키고 목적 달성하기 위해서 맹신과 환상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마라탕·헬스장·골프장이 왜 등장?…교묘하게 수익금 '자금세탁' 정황 드러나
마라탕 식당,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 제3의 장소를 활용해 주가조작 수익금을 챙긴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서울 광진구 소재 한 가맹점은 주가조작 일당의 거래 수수료 '카드깡'을 위해 수백만원대 메뉴를 판매한 의혹 등으로 지난달 27일 압수수색을 받았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주인 A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마라탕 식당과 관련해 "주가조작이나 카드깡, 자금 세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은 수수료를 떼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골프레슨비로 수천만원을 긁어 투자 수수료를 빼돌리는 편법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라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가를 조작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결제받는 과정에서 돈 세탁 창구로 해당 헬스장을 이용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무려 3년간 서서히 주가 끌어올리면 금융당국 눈 피해…CFD거래 활용해 감시망 무력화
주가조작 일당들은 단기간 주식을 사고 파는 이른바 '단타'로 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무려 3년에 걸쳐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3년에 걸쳐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을 최대 1%씩 사고팔아 시세를 조정하는 수법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 실제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8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 3년 동안 최소 2배에서 최대 12배 올랐는데도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를 받지 않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장기간 복잡한 금융상품까지 활용하고 자금 조달 계획까지 상당히 조직적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사건과 차별성을 갖고, 놀라운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주가조작과 다른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방법도 교묘했다. 무엇보다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활용해 감시망을 무력화시켰다.
CFD는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소 증거금률은 40%로 2.5배의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가령 증거금이 1억원이라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문제는 CFD 방식의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처럼 외국계 증권사를 창구로 삼으면 외국인 거래로 잡혀 자본시장법상 지분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CFD거래가 거래주체도 명확치 않고 거래도 위험해 자국민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CFD가 가장 큰 문제의 진황지라고 보고 있다. CFD에 대한 규제 개선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면서 "금융위원회 쪽에서 저희에게 요청하는 사항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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