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재명·심상정도 인용…한·미 비난 ‘모니터링’ 몰두

박광연 기자 2023. 5.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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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도 넘은 비난행위 매우 유감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재발견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남한 야당 의원들 비판까지 인용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각지에 한·미 비판 선전물을 게시하고 각종 관제단체 집회를 여는 등 규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억지 주장”이라며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를 재발견하라”고 비판했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4일 “괴뢰 정계의 인물들도 윤석열 역도가 행각 기간에 보인 전대미문의 굴종적 추태에 환멸을 금치 못하면서 강하게 혹평하고 있다”며 야당 주요 인사들의 한·미 정상회담 비판 발언을 인용했다.

통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발언을 소개하며 “역도의 굴종적 행적을 비난하였다”고 주장했다. “대단한 성과라는 식의 말장난”(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외교”(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논평) 등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 발언을 끌어왔다.

통신은 또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백악관이라는 역대 최고로 비싼 노래방에서 노래 한곡 부르고 온 것”이라고, “정의당 소속의 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에 점수를 매기라면 학사경고”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라디오 방송 발언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인용한 것이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남한 내부의 남남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통신은 전날 남한 언론들 보도를 인용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다소 특이하게도 지난 1~2일에는 미·중·일·러 언론, 어제는 국내 언론, 오늘은 개별 정치인 발언까지 꼼꼼히 모니터링(관찰)하며 워싱턴 선언 비난을 찾아내고 있는 것 같다”며 “억지 주장을 위한 소재만 찾지 말고 좀 더 큰 눈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향유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재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북한 당국을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 2일 한·미 정상을 겨냥한 화형식을 연 데 이어 노동당 외곽단체들을 동원해 한·미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전날 평양 중앙계급교양관에서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의 복수결의 모임, 개성에서는 조선직업총동맹원들의 성토 모임이 열렸다. 통신은 “전국 각지에 천만 인민을 반미, 대남 대결전에로 총궐기시키는 구호와 선전화들이 집중 게시되였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화형식과 같이 도 넘은 비난 행위를 공식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내부용인 노동신문에 이러한 동향을 집중 보도하는 것을 보면 외부 위협을 과장해 주민 통제에 활용하려는 선전적 성격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달 26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는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적 전개와 같이 대북 확장억제력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신은 이날 “오늘의 현실은 우리 인민이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이 참으로 정정당당하며 더욱 강해지고 더욱 철저히 준비되여 있어야 한다는 것을 뚜렷이 확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을 빌미로 불법적인 핵무력 고도화 시도를 거듭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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