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댄스곡까지 장악한 신스팝… 피로한 대중이 반기는 ‘이지 리스닝’

최은서 2023. 5. 4. 1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강렬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애절한 음색이 조화를 이룬다."

신스팝은 최근 K팝 아이돌 댄스곡까지 점령했다.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뿐만 아니라 한 달째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는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도 신스팝이다.

신스팝 댄스곡 열풍까지 불러온 '이지 리스닝'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민, 피프티피프티 등 아이돌, 서정적인 신스팝 표방
7080세대에 익숙한 장르가 2019년부터 다시금 주목
"'레트로' 유행과 '이지 리스닝'에 대한 대중 수요 영향"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지난 3월 24일 첫 솔로 앨범 '페이스'를 발표했다. 그중 타이틀곡인 '라이크 크레이지'는 강렬한 신시사이저 소리가 애절한 음색과 어우러지는 신스팝 장르다. 빅히트뮤직 제공

"강렬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애절한 음색이 조화를 이룬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지난 3월 24일 발표한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를 소속사인 하이브는 이렇게 소개했다. 신스팝이란 신시사이저라는 옛 전자악기의 소리를 내세운 일렉트로닉팝의 일환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을 선도한 장르다. 7080세대에게 친숙했던 이 장르가 이제는 아이돌 댄스곡을 점령하고 있다.


7080세대 선도했던 신스팝, 댄스 장르 점령했다

2020년 1월 26일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한 두아 리파의 모습. 그가 2019년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퓨처 노스탤지어'는 디스코와 신스팝이 혼합된 콘셉트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신스팝은 1981년 휴먼 리그 ‘돈트 유 원트 미’나 소프트 셀 ‘테인티드 러브’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귀를 찢는 듯한 전자음으로 꽉 채워졌던 기존의 일렉트로닉팝과 달리 느긋한 템포가 전자음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게 특징이다. 비슷한 시기인 1983년 국내에서 대히트를 쳤던 나미의 ‘빙글빙글’ 역시 신스팝을 표방한 곡이었다.

이후 음향 기기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신시사이저 특유의 전자음이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대중음악계에서 신스팝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신스팝이 해외 팝 시장에 다시 등장한 것은 2019년. 신시사이저 소리를 재해석한 더 위켄드의 정규 4집 앨범 '애프터 아워스’와 디스코와 신스팝 장르를 접목한 두아 리파의 정규 2집 앨범 '퓨처 노스탤지어'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다. 최근 1, 2년 사이 K팝에서도 싱어송라이터, 인디 음악계에서 신스팝 장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싱어송라이터 악뮤가 만들고 아이유가 피처링해 유명해진 ‘낙하’도 서정적인 선율과 통통 튀는 전자음의 조합이 매력적인 신스팝 곡이다.

신스팝은 최근 K팝 아이돌 댄스곡까지 점령했다.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뿐만 아니라 한 달째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는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도 신스팝이다. 그간 중독성 강한 후크송 혹은 발랄한 틴팝(10대들이 선호하는 가볍고 활기찬 팝)을 추구했던 댄스곡 장르에 나른한 정서가 주무기인 신스팝이 대세로 자리 잡은 건 이례적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항상 영·미 팝 흐름에 영향을 받아왔다”며 “2010년대 후반 ‘레트로’ 열풍을 타고 해외 팝 시장에서 다시금 주목받은 신스팝이 오늘날 K팝의 댄스곡 장르로까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스팝의 유행, ‘이지 리스닝’ 선호가 만들었다

그룹 뉴진스. 싱글 '오엠지'의 선공개곡 '디토'는 차분한 선율에 학창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으로 사랑받았다. 어도어 제공

듣기만 해도 모순적인, ‘나른한 댄스곡’이 대중에게 통하는 이유는 뭘까. 약 10여 년간 강렬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비트에 쉴 틈 없는 군무가 공식으로 통했던 K팝 시장에서 소비층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서 ‘이지 리스닝’(긴장하지 않고 느긋하게 쉬며 즐길 수 있는 음악)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 특히 그룹 뉴진스가 폭발적인 고음 없이 다소 차분하게 전개되는 ‘어텐션’ ,‘하입보이’, ‘쿠키’는 물론 감성적인 후속곡 ‘디토’까지 성공시킨 이후로, 아이돌 댄스곡에서 이지 리스닝의 흥행 가능성은 입증됐다. 평소 에너지 넘치는 틴팝 장르 곡에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운 보이그룹 엔하이픈도 마찬가지. 기존 콘셉트와 정반대인 쉽고 잔잔한 곡 ‘폴라로이드 러브’를 발표해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뜻밖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신스팝 댄스곡 열풍까지 불러온 '이지 리스닝'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아바, 카펜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유 역시 듣기 편한 음악을 추구했다는 점일 정도로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이지 리스닝에 대한 선호는 항상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