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대작 5편 출격” 재벌집 명성 잇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마에스트라, 직필
뛰어난 기획력으로 화제작 기대감 높여
“제작사 IP확보로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내년에 방송될 ‘사극판 본 아이덴티티’ ‘직필’을 비롯해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배우 이영애가 여성 지휘자로 출연하는 ‘마에스트라’ 등 텐트폴 작품(텐트의 지지대처럼 제작사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대작 작품) 제작만 다섯 편 이상이다”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업계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오히려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제작사가 있다. 바로 콘텐츠 업력 15년 차인 ㈜래몽래인이다. 뛰어난 기획력으로 ‘재벌집 막내아들’, ‘오아시스’, ‘가면의 여왕’ 등 화제성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래몽래인의 수장 김동래 대표를 헤럴드경제가 만났다.
김 대표는 래몽래인을 설립한 지는 15년 밖에 안됐지만, 드라마 제작 현장에 녹아든 지는 30년 이상이 됐다. 지난 1991년 매형의 권유로 방송 음향 일을 시작하며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가 제작사까지 차린 것이다. 래몽래인의 기획력이 빛나는 것은 김 대표가 스태프로서 드라마 제작 밑바닥부터 경험을 하다 보니 대본이 영상이 되는 과정은 물론, 작품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안목도 키웠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그는 “PD는 1년에 1~2개 작품을 하지만, 스태프는 여러 개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어 PD들보다 참여하는 작품 수가 많았다”며 “스태프이긴 하지만 방송될 때까지의 과정을 눈여겨 보면서 글자(대본)가 어떻게 영상이 되는지, 어떤 게 성공하고 어떤 게 실패하는 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공소에서 일하다 보니 기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격으로, 드라마라는 집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팔리는 지 보게 되자 내가 직접 설계하고 집도 지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처음 설립한 제작사는 휴픽처스. 당시 ‘그린로즈’, ‘프라하의 여인’, ‘불량주부’의 기획에 참가하고 제작했다. 김 대표는 “PD 출신이 아니어서 제작사로서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다양한 제작 경험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 올리브나인 부사장으로, ‘마왕’ ‘황진이’ ‘주몽’ 등을 제작하며 실력을 키웠다.
김 대표가 최근 이룬 성과는 지난해 시청률 26.9%로 대형 히트를 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특히 래몽래인은 이 드라마의 IP(지적재산권)의 50% 가져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단순히 드라마를 납품하면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없을 뿐더러 콘텐츠 제작에 따른 수익도 한계가 있다”며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제작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IP를 확보해 회사를 발전시켜나가는 게 드라마 제작의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에 대해 시청자들의 ‘공감’이 있어 가능했다고 봤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 몇 백억 있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도전할 수 있다는 공감 포인트가 있다”며 “‘재벌집 막내아들’도 ‘희망이 없을 때 복권 결과를 하루 전에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공감, 그리고 머슴이 양반의 뺨을 때리며 줄 수 있는 통쾌함을 함께 줘 (흥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획 기간만 3년 6개월이나 걸렸고, 개발 과정도 어려웠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OTT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시장에서 필요한 드라마는 예전과 같은 연속극이 아니라고 본다. 그는 “예전처럼 제작사들이 16부작의 좋은 대본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소재를 드라마로 기획하는 등 작가 대신 제작사가 ‘창작의 고통’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숏폼 시대이다 보니 OTT 드라마도 기존보다 짧은 4~12부작이 많고 회당 분량도 30~40분에 불과하다”며 “작품의 밀도가 훨씬 높아졌고,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게 명확해지다 보니 긴 호흡을 하는 작가보다는 신인 작가들의 신선한 이야기가 더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래몽래인에 소속된 작가들의 60% 이상이 신인 작가들이다.
그는 또 “제작사들도 음악처럼 저작인접권을 줘야한다”며 “그래야 창작자들을 모아 제작 분위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기획 프로듀서의 기능과 역량을 더욱 키워 대본 선별은 물론, 파이낸싱과 기획, 제작 관리로 이어지는 스튜디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래몽래인에는 6명의 프로듀서와 기획본부장, 총괄 제작자가 스튜디오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다.
김 대표가 올 하반기 이후 내놓을 콘텐츠는 지금까지보다 더 풍성하다. 이미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비롯해 서인국과 출연을 타진 중인 사극판 본 아이덴티티 ‘직필’, 이영애가 오랜만에 여성 지휘자로 출연하는 ‘마에스트라’, ‘지옥사원’ ‘신들의 정원’ 등 텐트폴 작품만 5편 이상이다. 이와 함께 라미란과 엄지원이 출연하는 ‘잔혹한 인턴’, ‘아홉수 우리들’, ‘아엠그라운드’, ‘리틀 히어로즈’ 등도 주목받는 신작들 중 하나다.
또 지난해 BL(Boy′s Love) 웹드라마 ‘시맨틱에러’를 제작하며 동성애 드라마에 대한 시장을 체크했고, 내달 18일에는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 드림콘서트 in JAPAN’을 연예제작자협회와 함께 공동 주최할 계획이다. 한일 대중문화 교류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요즘 드라마 제작에는 집단 창작 시스템 내에서 새로운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신진작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그 곳에서 나도 (기획) 역량을 발휘하며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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