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꿀벌 실종’은 진행 중…꿀 품귀 현상까지
양봉 산업 20% 차지…전국 최대
국내 최대 양봉 지역인 경북에서 지난해 이어 올해도 꿀벌 대량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꿀벌의 40%가 폐사하거나 사라지면서 꿀벌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꿀벌 벌통은 53만9000통에서 월동 이후인 지난 3월 32만5000통으로 약 40% 감소했다. 벌통 하나에 꿀벌이 평균 2만마리 정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42억8000마리 이상의 꿀벌이 죽거나 실종된 셈이다. 경북은 전국에서 양봉 규모(전체의 20%)가 가장 큰 곳이다.
폐사 원인은 지난해부터 발생한 꿀벌 기생충인 응애가 극성을 부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먹는다. 최근 동일 성분 방제제를 수년간 써 약품 내성이 생긴 응애가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이상기온 탓도 있다.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꿀을 따러 나갔던 꿀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얼어 죽은 것이다. 지난 8~9일 청송·군위군 최저기온은 영하 3.1도까지 떨어졌다. 이틀간 청송·경산·봉화·군위 등 14개 시·군에서 냉해 피해도 1009㏊(농가 1626곳)로 추정된다.
전체 꿀벌의 절반 가까이가 집단 폐사하면서 꿀벌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2021년에는 벌통당 15만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0만원을 줘도 꿀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 농가의 설명이다.
꿀벌을 이용해 꽃가루를 옮기는 방식으로 과일과 채소류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송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냉해 피해에다가 꿀벌도 많이 줄어들어 농작물 수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군에서)꽃가루를 지원받아 간신히 농사를 짓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꿀벌 집단폐사 및 질병으로 인한 사육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꿀벌 질병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꿀벌 집단폐사와 질병이 의심되는 농가는 시·군 신고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현장 조사를 거쳐 질병이 의심되면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정밀검사를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꿀벌은 군집 생활로 질병의 전파가 빨라 집단 폐사하거나 질병 발생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질병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응애 방지를 위해 농가에 약제 등 18억3000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꿀벌 폐사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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