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가계대출 감소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증가 중···왜
고금리 환경이 계속되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이상 감소 중인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여신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
4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여신 잔액은 2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전 분기 대비 5% 증가했다.
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제외해도 여신 잔액이 전 분기 27조8000억원에서 올 1분기 29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6개월 연속 줄고 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3조2971억원 축소됐다.
카카오뱅크 가계대출 증가의 일등 공신은 지난해 2월 출시한 주택담보대출이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출시로 대출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확장되면서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가 성장 동력이 됐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취급한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4%로, 16개 은행 중 최저 수준이었다. 비대면 대화형 챗봇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대출 한도 조회와 신청이 편리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금리 경쟁력과 사용 편의성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0.4%에서 올 1분기 3.7%로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4분기 794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437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대출 성장은 이익 성장으로 연결됐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5% 증가한 1019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훌쩍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가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점, 여신 잔액보다 수신 잔액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1분기 여신 잔액이 전 분기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수신 잔액(40조2000억원)은 7조1000억원 불었다.
주가 측면에서도 현재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수준을 정당화하는 실적을 거두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로, 조 단위 이익을 거두는 금융지주(4~5배)에 비해 현저히 높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부분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위험은 시중은행보다 더 크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가파른 대출 성장은 자칫 잠재적인 부실 차주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전의 ‘매도’ 의견을 유지하면서 “1분기 수신이 7조원가량 늘면서 대출금리 하락 국면에서의 초과 조달이 강하게 나타났다”라며 “이와 관련한 비용 부담이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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