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년 후 태양은 지구를 잡아먹는다...‘바로 이렇게’

미 연구진, 독수리자리서 별 폭발 현상 관측
별이 행성 집어삼키는 현상 첫 관측
태양도 50억년 뒤 팽창… “지구의 미래 본 것”

별이 팽창하면서 주변의 행성을 삼키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NOIRLab/NSF/AURA/M. Garlick/M. Zamani

죽음을 앞둔 별이 주변 행성을 집어삼키는 현상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이 현상을 관측한 연구진은 50억 년 후 생애 주기의 끝에 도달한 태양이 팽창하면서 지구를 흡수하는 모습을 미리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와 하버드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공동연구팀은 1만20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독수리자리 근처에서 10일간 100배 이상 밝아졌다가 사라진 별 폭발 현상을 포착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4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이 포착한 현상은 2020년 5월 미국 샌디에이고 팔로마천문대의 광시야 천문탐사 장비 ‘츠비키 망원경(ZTF)’으로 관측한 별 ‘ZTF SLRN-2020′의 폭발이다. 이 별은 태양 크기의 0.8~1.5배로 추정되는데, 10일 동안 이전보다 100배 이상 밝아지다가 사라지는 고온의 백색 섬광을 방출했다. 이후로는 아주 차가운 물질에서 나올 수 있는 신호를 오랫동안 지속해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를 분석해 별이 소멸하기 전 거치는 ‘적색거성’이 행성을 흡수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별이 행성을 집어삼켰거나 삼키려는 모습은 관측됐지만, 현상이 진행 중인 모습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태양 크기의 별은 핵융합 반응으로 수소가 헬륨이 되고, 헬륨이 탄소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헬륨 핵융합이 진행되면 남은 수소가 별 외부로 밀려나 팽창하면서, 크기가 수천 배 이상 커지는 적색거성이 된다. 태양도 50억 년 후 생애 주기 말기에 이르면 주변 행성을 집어삼킬 정도로 큰 적색거성이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와 하버드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공동연구팀이 관측한 ‘ZTF SLRN-2020’와 이전 별 폭발의 광학 스펙트럼 비교. 연구팀이 관측한 별은 폭발 이후 변동폭이 적다. /Nature

이번 관측이 이전과 다른 점은 백색 섬광 이후 방출한 에너지다. 연구팀은 별의 폭발을 적외선으로 관측한 결과, 고온의 백색 섬광이 발생한 이후엔 차가운 온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특이한 분자’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초신성 폭발이나 별 두 개가 부딪히는 쌍성계에선 고온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별들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수소와 헬륨 분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별의 백색 섬광 이후 방출된 에너지 총량은 과거 별들이 합쳐질 때 관측된 에너지의 1000분의 1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별보다 질량이 1000분의 1 낮은 수준의 행성이 별에 빨려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태양계에서는 목성의 질량이 태양의 1000분의 1 정도다. 목성 정도 크기의 행성이 별에 흡수되면서 외부 층이 폭발하고,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키샬레이 데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포착된 분자들은 매우 차가운 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라며 “별이 밝아지면 보통 더 뜨거워지기 때문에 이런 낮은 온도와 밝아지는 별이 공존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별이 행성을 삼키는 것의 마지막 단계를 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키샬레이 데 연구원은 “태양이 지구를 집어삼킬 때 외계문명이 1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면 태양이 어떤 물질을 방출하면서 밝아졌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의 미래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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