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 비싸도 이건 봐야지”...밀수범 김혜수에 불싸다귀 마동석, 쏟아지는 韓영화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5. 4. 11:15
한국·해외 텐트폴 영화 ‘2023 여름 격돌’
텐트폴(Tentpole). 텐트를 받쳐주는 지지대를 뜻하지만 영화계에서 ‘텐트폴 무비’는 한 해 농사 결과를 결정짓는 대작 영화를 뜻한다. 특급 흥행 감독에 초호화 캐스팅, 탄탄한 자본력까지 갖춘 텐트폴 영화의 대박과 쪽박에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등 영화산업의 명운이 달려 있다. “1만5000원 주고 볼 영화가 없다” “기다렸다가 OTT로 보면 된다”는 비판과 조소가 요즘 극장가 주변을 배회하지만, 올 여름부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극장용 영화가 2~3주 간격으로 줄줄이 개봉이어서다.
야쿠자 잡는 마동석 ‘범죄도시3’ 5월
류승완 감독 차기작 ‘밀수’ 7월 개봉
류승완 감독 차기작 ‘밀수’ 7월 개봉
올 여름 극장가 한국 텐트폴 영화 첫 번째 주자는 5월 31일 개봉하는 ‘범죄도시3’다. 베트남 납치 살해범 강해상을 검거한 마석도 형사가 이번에는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발령 받는다. 이번 3편에서 마 형사의 ‘불싸다귀’를 때려맞을 악역은 일본 야쿠자다. 마약사건 배후이자 야쿠자 최종 보스 주성철 역에는 배우 이준혁이 나선다. 주성철 역할은 ‘범죄도시3’의 린치핀이 아닐 수 없다. 1편의 장첸(윤계상), 2편의 강해상(손석구)의 지독하고 악랄한 연기는 영화 전체를 움켜쥐었고, 지금도 회자된다. 이준혁 배우가 얼마나 잔혹한 악역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갑질 의혹’을 말끔히 벗은 배우 이범수는 마 형사의 상사인 광수대 반장 역을 맡았다.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를 연출한 충무로의 전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는 7월 26일 개봉을 확정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감독 이름에 주연 배우들 조합까지 상상을 뛰어넘는다.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는 활극을 그린 케이퍼 무비로 알려졌다. ‘밀수’ 예고편을 보면 밀봉된 박스 수십 개가 바다 밑바닥에 떨어져 있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해녀 조춘자와 엄진숙으로 등장하고 조인성은 전국구 밀수왕 권필삼, 박정민은 해녀를 돕는 청년으로 나온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여름 개봉으로 전해진다. 여름 개봉시 영화 ‘밀수’와 함께 ‘쌍톱’으로 여름 극장가를 평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지진으로 서울이 폐허가 되고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들어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병헌은 황궁아파트를 이끄는 임시 주민대표 영탁, 박서준은 공무원 출신의 조력자 민성, 박보영은 간호사 출신이자 민성의 아내 명화 역을 맡았다.
황정민이 쿠데타 주역 ‘서울의 봄’
정우성 첫 장편 감독작 ‘보호자’
개봉일자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팬들이 서둘러 개봉해주길 기도하는 한국 영화도 창고에 쌓여 있다.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주연의 ‘서울의 봄’도 최고 기대작이다. 1979년 한국사회가 몸으로 경험했던 바로 그 ‘서울의 봄’을 그렸다. 국방안보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이 군사반란을 일으키자 수도방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이 맞선다. 이태신은 1212 쿠데타에 저항했던 장태완 제7대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을 환기한다. 과거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란 대사로 유명했던 바로 그 인물(배우 김기현)을 배우 정우성이 어떤 색채로 소화했을지 관심을 끈다.
정우성 첫 장편 감독작 ‘보호자’
배우 정우성은 그 사이 영화를 한 편 더 남겼다. 영화 ‘보호자’다. 연출·주연을 동시에 맡아 호평 받았던 이정재의 ‘헌트’처럼 영화 ‘보호자’는 정우성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로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배우가 함께 한다. 보스를 대신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수혁이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혁의 딸이 킬러에게 인질로 잡히고 수혁은 복수를 결심한다.
조진웅·차승원 ‘독전2’ 넷플릭스에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가 출연하는 오컬트 영화(악령과 사후세계를 다룬 영화)다. 코믹과 액션 연기에 능했던 마동석이 오컬티즘과 만나 어떤 색채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악마의 숭배자’를 해결사 바우(마동석)이 맨주먹으로 때려잡는다. 조진웅의 마약 연기와 소름끼치는 반전이 돋보였던 영화 ‘독전’도 2편 개봉을 앞뒀다. 조진웅, 차승원 투톱 라인업에 배우 한효주가 가세한다. ‘독전’ 1편 관객은 ‘이선생’이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불가피한데, 2편에선 이선생 조직을 쫓는 조원호 형사(조진웅)과 용산역 마약공장에서 산 채로 불태워진 브라이언(차승원)이 재등장한다. 단 ‘독전2’는 극장 개봉작은 아니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분노의 질주’와 ‘인디아나 존스’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7’
한국 대작 영화들은 올 여름 극장가로 해일처럼 들이닥칠 해외 텐트폴 영화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는 해외 텐트폴 영화의 첫 주자다. 2001년부터 시작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으로 대미를 장식할 트릴로지의 두 번째 편이다. 부제가 말하듯 “달리느냐 죽느냐”를 구현했다. 주인공은 역시 도미닉(빈 디젤)로, 도미닉의 패밀리 앞에 적 단테가 나타나고 마지막 질주를 벌인다.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7’
5월 ‘분노의 질주’에 이어 6월엔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이 개봉한다.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1942년생으로 올해 81세인 해리슨 포드가 직접 출연하는데, 예고편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정년퇴임을 앞둔 고고학자 존스에게 대녀 헬레나가 찾아와 “운명을 바꿀 다이얼을 찾으셨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다이얼(dial)은 전화기의 숫자 회전 장치를 주로 뜻하지만 예고편을 보면 다이얼은 일종의 회전 장치로 시간이나 공간을 뒤틀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손바닥만 한 가상기계로 이해된다. 전설적인 모험가 존스는 1960년대로 돌아가 말한다. “이걸로 다 바로잡을 수 있어.” 디에이징 기술로 젊어진 해리슨포드의 여정은 세대 불문 공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7월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이 개봉한다. 작년 ‘탑건:매버릭’ 방한 때 약속한 대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7편인 이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은 항해 용어 중 ‘추측 항법’을 뜻한다고 한다. 다른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최근 기록된 자신의 위치를 기준점 삼은 뒤 경로화 속도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톰 크루즈의 영원한 배역 이단 헌트는 IMF(Impossible Missions Force) 소속인데, 이번 예고편을 보면 IMF 자체가 선악이 모호한 악역으로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예고편을 보면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 아래로 질주하는 장면이 충격적이다. ‘제발 톰 크루즈의 자연사를 바란다(위험한 액션신을 너무 찍어서 사고사하지 않길 바라는 톰 크루즈 팬들의 반어적 표현)’는 팬심이 증폭될 만한 장면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도 7월 개봉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티켓 파워를 가진 명장은 또 한번의 걸작을 내놓는다. ‘인셉션’(공간) ‘테넷’(시간) ‘다크 나이트’(선악)로 이미 전설이다. 이번 ‘오펜하이머’는 거대한 우주를 다룬 ‘인터스텔라’의 대척점에서 작은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된 비밀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관한 영화다. 극단적으로 사실적인 장면을 추구하다 보니 CG를 지양하는 놀란 감독의 집요한 성격 때문에 “놀란 감독이 설마 진짜로 핵무기를 터트린 건 아니겠지?”란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다크 나이트’에서 정신병원장 스케어크로우를 맡았던 킬리언 머피가 주연 오펜하이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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