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정의선, 美 합작법인 설립해 IRA 정면 돌파…국내 배터리 업계, 해외 사업 확대 가속

김세형 2023. 5.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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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배터리 공장 합작 동맹을 맺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함께 전기차-배터리 사업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최근 북미 합작법인(JV)을 설립,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가 협력해 미국 현지에 JV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양사는 JV를 바탕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생산 세액공제 등의 효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 연간 35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 분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어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안건을 승인했다.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도 같은 날 조회 공시를 통해 1조9500억원의 출자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투자 총액은 6조5000억원 규모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이 1조6200억씩 3조2200억원 가량 부담하며, 나머지 금액은 합작법인 차입으로 조달한다. 공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된다. 미국 조지아주는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여기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까지 건설 중인 요충지다. 합작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에 전량 공급된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북미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JV 설립으로 인해 양사는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GV70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사의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부합하는 만큼 향후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성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됐다.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조항에 따라 합작법인은 1킬로와트시(KWh)당 셀 기준 35달러(모듈 1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와 북미 JV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SK온의 JV보다 생산 용량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오하이오 1공장을 비롯해 총 3개의 합작 공장(총 145GWh)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GM과 3조∼5조원 규모를 투자해 연산 30∼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는 시장 성장성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3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이 6160억달러(8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망치 1210억달러(161조원)의 5배 수준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SNE리서치는 203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를 약 8000만대로 예측했고,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요도 2023년 687GWh에서 2035년 5.3TWh(테라와트시·1TWh는 1000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으로 북미와 유럽에서의 이차전지 생산 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IRA와 CRMA는 특정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SNE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이차전지 공급이 수요를 뒤따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리서치가 추정한 2035년 전기차와 ESS용 이차전지 수요는 7.3TWh이지만, 2035년 이차전지 생산능력 추정치는 5.9TWh로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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