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용산 어린이정원, 안전한가?…오염 토양에 흙 15cm 덮고 개방”
김병주 “졸속 토양오염 정화 ‘정치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이 개방되자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토양오염을 정화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원을 조성했다며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이 “놀랍고 황당하다”며 “지난해에는 오염 위험 때문에 ‘2시간만 지내라’는 조건으로 개방한 지역을 포함한 곳에 15㎝ 흙을 덮어서 다시 개방한다는 것이다. 안전한지 아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안전하지 않다면 그곳을 개방하는 것은 국민과 어린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안전하다면 현재 용산 오염에 관한 정화 비용을 미군과 협상하는 게 미제로 남았는데, 뭘 근거로 미국 측에 (비용을) 요구하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자료를 우리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며 “이것이야말로 국민 안전을 놓고 볼 때나 국익을 놓고 볼 때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 토양 정화 과정 없이 흙 덮고 꽃 심어서 어린이를 초대한다는 건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졸속 이전도 모자라 이제는 졸속 토양오염 정화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참석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주변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어린이정원을 임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58만4000㎡(약 18만평) 부지를 지난해 반환받았고, 이 중 장군숙소 단지, 야구장 부지, 스포츠필드에 해당하는 약 30만㎡(약 9만평)를 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는 적지 않은 독성 물질이 검출된 데다 토양 정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미군기지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필드에선 토양 1㎏당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1만8040㎎ 검출돼 기준치의 36배를 넘겼다. 장군 숙소 구역에서도 TPH와 아연이 각각 기준치의 29.3배, 17.8배 검출됐고, 야구장 부지는 TPH 8.8배, 비소 9.3배가 검출됐다. 장군숙소단지 두 곳 중 한 곳(A4b 구역)에서는 1992년 이후 4차례 유류 유출사고가 있었다. 2002년 1월 항공유(JP-8) 1136ℓ, 2004년 10월 같은 종류의 항공유가 2339ℓ 각각 유출됐으며, 1995년 3월과 2007년 3월에도 경유가 유출된 기록이 남아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미군기지 반환부지 일부를 개방하면서도 ‘주 3회, 하루 2시간 이용’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토양) 정화는커녕 겉만 번지르르하게 흙을 덮고 잔디와 꽃으로 식재를 한들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은 전혀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어린이정원 개방을 멈추고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용산 어린이정원 조성 소식을 알리며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한 공기질 측정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했고, 용산역과 경로당 등 주변지역 네 곳과 비교측정을 진행했다”며 “실외는 측정물질 모두 환경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했고, 실내도 사무실 공기관리지침 등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15㎝ 이상 두텁게 흙을 엎은 후 잔디나 꽃 등을 식재하거나 매트·자갈밭을 설치하여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차단했고, 지상 유류 저장 탱크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가 될 요소들을 원천 차단했다”고도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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