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 역주행하다 택시와 충돌한 음주 차량…1명 사망

사고 현장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음주운전 차량이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해 택시 운전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A씨(40대)를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A씨 차량의 동승자인 B씨(40대) 등 2명에 대해서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날 0시46분쯤 경기 광주시 역동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90% 상태로 팰리세이드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2명을 사상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시민은 A씨가 지그재그 운전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한 차량이 도로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주행하고 있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A씨의 차량 앞을 가로막고 검문을 위해 차량에서 내렸으나, A씨는 차량을 옆으로 빼 달아났다.

A씨는 왕복 4차로의 도로를 타고 2㎞가량을 도주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가 0시 50분쯤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기사인 50대 C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시55분쯤 숨졌고, 조수석에 탑승했던 승객 D씨(40대)가 양측 팔이 골절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씨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A씨가 도주 중에 동승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됐다. A씨는 동승자들과 “이제 큰일 났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점, 경찰이 출동하자 도주한 점, 사망 사고를 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가법을 적용키로 했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에 비해 처벌이 무겁다.

A씨는 이 사고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5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