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노동인구 1%P 줄면 성장률 0.38%P 하락… 한국, 일할 사람 급감 중[문화미래리포트 2023]

권승현 기자 2023. 5. 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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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2) 인구 감소에 국가경쟁력 위기
국회예산처, OECD 38개국 대상
60년동안 ‘인구와 성장률’ 분석
한국, 2020년 사상 첫 사망 > 출생
고령화도 겹쳐 ‘더블 쇼크’ 상황
올해부터 10년간 핵심노동 인구
부산시민 규모만큼 사라질 듯
“출산율 1.7명 돼야 성장률 유지
국가경쟁력 확보하는데도 유리”
정년 늘리고 여성 고용시장 개선
자동화로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사진 = 문호남 기자, 그래픽= 권호영 기자

저출산에 따라 2020년부터 본격화된 인구 감소에 급속한 고령화까지 ‘더블 쇼크’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가 잠재 성장률 추락과 국가 경쟁력 하락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핵심노동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성장률 하락에 따른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 퇴보를 막기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 장려 제도를 넘어 복지 제도의 선진화와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변화 필요성도 요구했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를 대상으로 약 60년 동안(1960∼2019년)의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구가 1% 증가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인구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선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정체됐다. 2004년 총인구 정점을 찍은 그리스는 이후 2019년까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이 -0.4%였다. 2009년에 인구 정점을 찍은 일본과 포르투갈도 이후 2019년까지의 연평균 GDP 증가율이 각각 0.8%와 0.7%에 그쳤다.

특히 핵심 노동 연령대인 30∼64세 인구 비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고령화로 5년간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고 30∼64세 인구 비중이 1%포인트 하락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했다. OECD 38개 국가의 0∼29세 인구 비중은 줄었고 30∼64세 인구와 65세 이상 비중은 커졌다. 문제는 0∼29세 인구 비중의 하락은 필연적으로 30∼64세 인구 비중의 하락과 고령층 비중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GDP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은퇴 이후를 대비해 소비 성향이 감소하고 저축이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이 위축된다.

우리나라에선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뛰어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사상 처음으로 나타나 연간 주민등록인구가 2019년보다 2만838명 감소한 5182만9023명을 기록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인구(중위 추계)는 5155만8000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0년 815만1867명에서 올해 949만9933명으로 증가하고, 전체 인구에서 이들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에서 18.4%로 커진다.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임박한 셈이다.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일컫는 중위 연령은 43.7세에서 45.6세로 오른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24만9000명으로 25만 명대가 무너졌으며, 이는 10년 전인 2012년 48만5000명의 반 토막 수준으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주된 핵심 노동 연령대 인구가 부산시 인구 정도인 330만 명 사라지고, 그 이후로 7∼8년 뒤엔 230만 명대의 대구 인구만큼 또 사라지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은 “일본 역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진 않았다”며 “젊은 인구 규모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출산율이 1.7∼1.8명만 돼도 핵심 노동 연령대 인구가 줄어들거나 고령화가 급하게 진행되지 않아 잠재 성장률 하락을 막고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대도시 집중 현상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인구 감소는 지방 소도시 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이 회장은 “과거 인구 팽창 시기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땅도 도시로 개발했는데, 이제부턴 거꾸로 접근해야 한다”며 “서구 사회에선 인구가 줄자 지방을 정리하고 도심을 복구해 외곽으로 나간 사람들을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살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정년 연장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 회장은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가 정년을 맞이하는 2030년대 중반이 되면 노동시장이 협소해진다”며 “정년 연장은 한국같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핵심노동인구가 많이 감소하는 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조 센터장은 “생산 자동화를 추진해 핵심노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인구클러스터장은 “우리나라는 30∼4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면 줄어드는 청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이들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여성 노동시장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내국인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인력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인 인력을 잘 선별해 산업별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승현·이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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