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일, “대배우 최민식에게도 인정받은 ‘카지노’ 호구 연기, 40년 활동 보답받은 느낌이죠”[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송혜교 아빠, tvN 드라마 ‘블라인드’(이상 2022)에서 옥택연과 하석진 아빠, SBS 드라마 ‘앨리스’의 경찰서장…배우 최홍일(60)의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로, 직장 상사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던 그가 연기 인생 40년만에 ‘호구형’이라는 애칭으로 2030세대의 ‘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얼마 전 종영한 글로벌 OTT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를 통해서다.
최홍일이 연기한 ‘호구형’ 정석우는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우삼 정밀기계 대표다. 성실하게 사업을 키우며 가정에 충실했던 정석우는 필리핀의 ‘카지노’ 대부 차무식(최민식 분)의 설계에 당해 도박중독에 빠진다.
“형이 진심으로 걱정되니 더 이상 카지노에 드나들지 마”라는 차무식의 도발에 발끈하며 수십억원을 빌려간 그는 힘들게 일군 사업체를 뺏기고 가산을 탕진한다. 최홍일은 정석우의 답답함과 억울함, 그럼에도 차무식이 빌려주는 돈에 혹해 다시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도박중독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요즘은 길을 다니면 젊은이들이 ‘호구형님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내 이름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호구형님’이라고 부른다.(웃음)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도 연기 잘 봤다고 연락오고, 식당에서는 서비스도 주시고…40년 동안 연기하며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호구’ 정석우 연기 위해 ‘도박’ 관련 유튜브 샅샅이 뒤져, 최민식 인정은 최고의 선물
최홍일은 강윤성 감독의 제안에 ‘카지노’에 합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뷔작인 ‘범죄도시’를 찍기 전, 만년 감독지망생이던 강 감독이 최홍일이 출연한 저예산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한 형, 동생 사이로 발전했다. ‘범죄도시’의 성공 후 ‘카지노’를 준비하던 강 감독은 정석우 대표 역을 캐스팅할 때 최홍일을 1순위에 올렸다.
강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평생 도박 한번 해본 적 없던 최홍일은 매 회 감초처럼 출연하는 정석우 역을 위해 유튜브의 도박 관련 동영상을 샅샅이 찾아봤다. 필리핀 로케이션 촬영 때는 현지 카지노 앞을 서성이며 도박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정 대표를 연기하며 그의 감정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본전 생각이 났겠지만 갈수록 카지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도박중독에 빠진 이들은 자식 수술비든, 딸 축의금이든 돈이 생기는 족족 카지노를 찾는다. 도박에 빠진 전직 경찰공무원이 여자속옷을 입고 돈을 딴 뒤 여장을 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최홍일은 관찰과 탐구를 토대로 정석우를 완성해 나갔다. 그는 “소설가들이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재를 찾아나가듯 배우도 감정을 수집해 나간다. 정석우를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상적인 걸음걸이나 한숨 소리를 머리 속에 사진으로 찍어놓는다. 때로 이런 ‘감정 도둑질’이 미안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재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감정을 끄집어내야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최홍일의 노력은 시청자와 동료 배우, 감독들의 극찬으로 돌아왔다. 특히 함께 연기를 주고받은 최민식의 인정은 최홍일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동년배지만 최홍일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서슴지 않고 최민식을 꼽았다.
“최민식 씨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랑 함께 호흡을 맞추다보니 잘 묻어 갔다. 그런데 그 배우가 인터뷰에서 내 얘기를 하니 마치 ‘연기 자격증’을 딴 기분이다. 강윤성 감독도 170명이나 되는 배우들 중 ‘완벽한 호구’를 표현했다며 내 이름을 언급했다. 40년 연기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
◇내 무기는 ‘연기에 진심’, 배우는 광부같아서 꾸준히 깊게 파면 언젠가 금 캘 것
학창시절, 소년 최홍일의 꿈은 화가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동시상영 극장인 서대문구 대흥극장을 찾은 게 그의 진로를 바꿨다. 영화관에서 매일같이 영화를 관람했다. 마음 한 구석에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당시만 해도 배우라고 하면 큰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야 가능한 줄 알았다.
고교 2학년 때 정동 세실극장에서 본 연극은 그에게 “나도 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겼다. 최홍일은 “연극판에는 잘생긴 사람이 별로 없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서울예대 영화과에 진학한 뒤 1982년 영화 ‘너무합니다’로 데뷔했다. 그때도 연극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키우는 배움의 장이었다. 연기력을 키우기 위해 3년을 계획하고 선 연극무대는 마법같은 매력으로 청년 최홍일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곳에서 배우였던 아내도 만났다. 최홍일은 “아내가 계속 배우를 했으면 나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됐을 것”이라며 “내가 앞길을 막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40여 년을 성실히 연기했지만 최홍일은 연신 “나는 잘하는 게 없다. 재능도 없고 외모도 평범하다”고 겸손해 했다. 때문에 그의 무기는 ‘진심인 연기’다. 대본을 받으면 행간에 쓰인 인물의 전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내 배우생활은 광부와 같다. 내가 대본을 얼마나 깊이 파는지에 따라 금, 은, 동을 캘 수 있다.‘카지노’는 내게 금광과 다를 바 없었다. 중원에 연기 고수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간절히 원한다면 자신 안의 꽃이 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기회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mulgae@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창♥’ 장영란 “부친상 때 모든 친구 관계 정리..평생 갈 친구 판가름”(A급장영란)
- ‘불륜 논란’ 이소라, ‘돌싱글즈3’ 출연 후회?
- 유깻잎, 가슴+지방이식 수술 후 세 번째 성형 수술 고백 “부기 심해서 무서웠다”
- ‘성덕’ 산다라박, 손흥민과 달달 투샷...“부럽다”
- “주식도 모르는 멍청이...빤스만 입고 운동” 황철순, ‘주가조작’ 돈 세탁 헬스장 의혹 해명
- [단독] 출연료 미지급 폭로...'197만 유튜버' 오킹, 역고소 위기
- 수위가...기네스 팰트로, 전 남친 품평 ‘입이 떡’
- 이젠 괜찮나? ‘건강 이상설’ 박봄, 확 달라진 근황
- “여보 세력 나야~” 개사 발끈...임창정, 칼 빼들었다
- 정주리, 넷째 돌잔치에 등장한 '현금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