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여아 ‘조카’라며 집 데려가던 남성... 끝까지 유괴 막은 시민

류정 기자 2023. 5. 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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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히어로즈’ 선정

9살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남성을 수상하게 여겨 적극적으로 따라가 추궁, 유괴 범죄를 막아낸 시민 이철(42)씨가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히어로즈’에 선정됐다.

포스코청암재단에 따르면, 이철씨는 지난달 2일 오후 5시쯤 아들과 함께 광주 북구 오정어린이공원에 나왔다가 공원 한 켠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성을 봤다. 평소 많은 아이들이 모여 노는 장소인 만큼 술에 취한 남성이 불안해 보여 그를 주의 깊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남성이 근처에 놀던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 인형을 주면서 아이 손을 잡고 공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씨는 이를 그냥 보고 넘기지 않고 곧바로 뒤따라가 멈춰 세우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남성은 아이가 조카라고 말하고 화를 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씨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었던 이씨는 500m 정도 조용히 쫓아가며 상황을 주시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빠르게 걷던 남성은 한 빌라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 씨는 재빨리 뒤따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던 남성을 다시 한번 막아 세우며 “아이 삼촌이 진짜 맞냐? 그럼 할머니 성함과 아이 집주소를 말해보라”라고 추궁했다. 남성이 횡설수설하며 대답을 못하자 이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남성과 아이는 공원에서 처음 본 사이였고 아이 부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이에게 인형으로 환심을 산 뒤 더 많은 인형을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청암재단이 9살 어린이의 유괴를 적극적인 행동과 기지로 막아낸 이철(42) 씨를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해 상패와 자녀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포스코히어로즈' 선정된 이철 씨(가운데)와 기념 촬영하는 오동호 포스코청암재단 상임이사(왼쪽), 문인 광주 북구청장. /포스코청암재단

포스코청암재단은 2일 광주 북구청에서 이씨에게 상패와 자녀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 씨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해 주신 만큼 앞으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은 의로운 행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도울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9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총 78명의 포스코히어로즈를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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