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거나 떼쓰는 아이들도 그녀 앞에선 ‘울음 뚝’ [강홍민의 굿잡]
정신없이 울다가도 스마트폰 속 그녀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그대로 멈춰라’가 된다. 그녀가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 누워있던 아이들도 벌떡 일어나 따라하게 하는 매직의 캐릭터, 아이들의 우상 ‘캐리’다. 2020년부터 3대 캐리로 활동 중인 김신비 씨는 캐리를 맡기 전과 후의 삶이 180도로 달라졌다. 콘텐츠 촬영부터 전국투어 공연에 하루 4시간도 못자지만 늘 에너지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캐리를 보고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콘텐츠 촬영과 전국투어공연으로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네. 맞아요. 평일에는 주로 영상촬영을 하고, 주말에는 새롭게 시작한 ‘캐리와 슈퍼걸스’ 공연을 통해 친구들과 만나고 있어요. 평일 주말 없이 시간 날 때마다 공연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찾고 있어요.”
보통 스케줄은 몇 시에 시작되나요.
“저희가 딱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장소도 그렇고 시간도 달라 새벽 촬영을 할 때도 있거든요. 콘텐츠 촬영이 키즈카페로 정해지면 영업이 끝난 다음 가야 해서 늦은 밤에 시작되니까 항상 달라요.”
예전에 캐리TV에서 캐리가 직접 팬들을 만나러 가는 콘텐츠도 있더군요. 서울, 대전, 거제 등 전국투어를 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맞아요. 전국투어 이벤트를 보셨군요.(웃음) 항상 어린이 팬들이 저를 찾아줬잖아요. 그래서 반대로 직접 사랑을 전달하러 가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했죠. 캐리가 가는 걸 모르고 있는 친구들은 제가 깜짝 방문하면 놀라서 말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죠. 조금이라도 늦으면 너무 미안한 맘에 더 신나게 놀아주기도 했어요.”
‘3대 캐리 김신비 씨, 2020년부터 지금까지 당차고 러블리한 캐릭터로 인기몰이···36명 조카의 영향으로 캐리 오디션 지원해 합격’
언제부터 캐리로 활동했나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어요. 참고로 제가 3대 캐리예요.(웃음)”
캐리와 함께한 지 3년이나 됐네요. 캐리 이전과 이후 신비 씨의 인생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우선 지인들, 친구들이 많이 변했대요. 말투도 그렇고, 친구들을 대할 때도 아이들 대하듯이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럼 ‘우린 어린이가 아니니 여기서는 캐리 언니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해요. 그리고 주변에 아이들이 보이면 괜히 먼저 다가가 인사하게 돼요.(웃음)”
먼저 다가가기 전에 어린이 팬들이 먼저 알아보기도 할 것 같아요.
“그럴 때도 있죠. ‘캐리 언니 아니예요?’라고 물어보거나 ‘캐리언니 닮았어요’라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그럼 ‘캐리 언니 맞아’라고 하면서 같이 사진 찍기도 해요.”
캐리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요.
“제가 신기할 정도로 조카들이 많아요. 친가, 외가를 합치면 조카가 36명 정도 되거든요. 조카들과 자주 놀러 다니면서 어린이 방송을 많이 접했어요. 캐리에 지원하기 전부터 캐리TV를 알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캐리 오디션 공고를 보게 돼 지원하게 됐어요.”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1차 영상 오디션, 2차, 3차 대면 면접을 봤는데요. 구술면접부터 연기·춤·노래·구연동화·악기연주 등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면접이 진행됐어요.”
어떻게 준비했어요.
“당시 연기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연기 선생님께서 캐리는 무조건 밝고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당찬 모습이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했죠. 무엇보다 캐리의 말과 행동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춰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던 것 같아요.”
방송, 공연, 유튜브 콘텐츠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어린이 팬들과 만나는 캐리의 모습을 보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인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때요.
“김신비와 캐리가 비슷해요. 한번은 친구가 ‘달려라 캐리(캐리TV 콘텐츠)’를 보고 연락이 와선 ‘평소에 하던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가도 돼?’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아마 둘의 공통점은 명랑하고 씩씩한 매력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방송, 전국투어공연으로 바쁜 가운데 올 초부터 대학원까지···하루 4시간도 못자는 강행군, 팬들의 댓글, 응원이 원동력 돼”
방송부터 공연 준비까지, 체력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촬영과 공연 준비 외에도 올 초부터 대학원에 다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 바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든데, 사실 잠을 못자는 게 조금 힘들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밥은 꼭 챙겨 먹어요. 제가 밥을 좋아하거든요.(웃음) 아침, 점심, 저녁 잘 먹고, 영양제도 꼭 챙겨 먹고 있어요.”
이 바쁜 와중에 대학원까지, 대단하네요.
“대학원은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방송하면서 전국투어 공연을 다니다 보니 잠자는 시간이 유일한 개인시간인데,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해야겠다 맘먹었죠. 원래는 누가 안 깨우면 12시간도 자는 스타일인데, 요즘엔 4시간 자면 그나마 많이 자는 거예요.”
피곤함을 이기는 캐리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방송이나 공연 모두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잖아요. 그걸 보고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모습, 그리고 재미있다는 댓글을 남겨줄 때 힘이 나요.”
캐리가 됐을 때 조카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엔 제가 캐리라는 걸 조카들이 믿지 않았어요. 명절 때 집에서 전 부치고 있는 절 보고 ‘이모가 어떻게 캐리야, 다르잖아’라며 안 믿었죠. 지금은 만나기만 친구들에게 보여준다며 사진 찍고, 조카 친구들이랑 통화 요청도 많이 와요.”
부모님 반응도 궁금해요.
“어머니께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배움의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갈증을 저에게 투자를 많이 하셨죠.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권유로 미술, 악기, 노래 등등 많은 걸 배웠어요. 고등학교 때 예고에서 미술(서양학과)을 전공하면서 교사의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고2때 뮤지컬 ‘엘리자벳’을 봤는데 충격을 받은 거예요.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그때 본 거죠. 그 자리에서 어머니께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반대가 무척 심하셨죠.”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했나요.
“고3 수시 두 달을 앞두고 연기학원을 등록했는데, 어머니께서 두 달 간 연습해서 수시에 떨어지면 무조건 미술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제안을 하셨어요. 당연히 떨어질 줄 아셨던 거죠. 근데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떨어지고 저 혼자 붙었어요.”
합격 소식을 들은 어머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내가 생각한 각본이 아닌데···’라며 놀라셨어요.(웃음) 근데 지금은 완전 캐리 팬이 되셔서 모니터링도 꼼꼼하게 해주세요.”
“아이들과 눈 마주침, 실제 캐리 언니와 함께 있다는 느낌 공유가 중요해···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하이텐션, 쉴 틈 없이 말하는 것도 노하우”
캐리TV의 주시청자들이 어린이들이잖아요. 아이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눈 마주침이 중요해요. 실제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무릎을 꿇거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려고 노력해요. 영상 촬영을 할 때도 카메라를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캐리 언니가 마치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게 포인트예요. 그리고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이텐션과 빈틈없는 오디오도 중요해요. 공백이 생기면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거든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캐리의 노하우죠.(웃음)”
3대 캐리로서, 캐리가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연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요. 그 마음이 없다면 캐리를 소화할 수 없어요. 그리고 바른 습관과 인성이죠. 예전에 ‘쿠킹하우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제가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모습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방송 이후 ‘캐리 언니 젓가락질 고치셔야 되겠어요. 아이들이 따라하면 어떡해요’라고 댓글이 올라 온 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내가 아이들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른 습관과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이 아이들 앞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캐리의 수입도 궁금해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캐리는 수입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웃음)”
캐리, 그리고 신비 씨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톱(TOP)이 되고 싶어요. 캐리, 그리고 캐리TV가 키즈계 BTS가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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