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갑질’ 자진시정안에 삼성·퀄컴 ‘이견’…공정위 다음 달 심의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면하기 위해 제출한 상생기금 조성 등 시정안에 대해 불공정행위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전자가 ‘피해 구제 방안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입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통신용 칩을 공급하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 이른바 ‘갑질’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시정안을 제출하는 대신 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달라는 ‘동의의결’을 신청해 다음 달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브로드컴이 마련한 동의의결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로 하고 공정위에 이러한 뜻을 전달했습니다.

최초에 이 사건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도 비슷한 취지의 이의를 제기할 계획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공정위는 다음 달 7일 전원회의를 열고 동의의결안을 인용할지 심의·결정할 예정인데, 동의의결은 신속한 피해 구제와 거래 행태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해서 삼성전자 등 이해관계자, 관계부처에서 제출한 의견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앞서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판매하면서 3년간의 장기계약을 강요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심사하던 중, 지난해 8월 브로드컴의 신청을 받아들여 동의의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대한 부품 공급계약 강제 금지, 반도체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한 2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한 기술 지원·품질보증 약속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동의의결안에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포함하거나, 동의의결 대신 정식 심의를 통해 브로드컴의 위법 여부를 확정해달라’는 의견을 낼 계획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다음 달 열리는 전원회의에 출석해 직접 입장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이 공개된 이후 업계에서는 피해 기업에 대한 보상 없이 200억 원이란 적은 금액으로 브로드컴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통상 동의의결안으로 제시하는 금액은 공정위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결정합니다.

동의의결안이 전원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건을 심사해온 공정위 심사관은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해달라는 안건을 다시 상정해 판단을 받게 됩니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벌인 사건에 대해 거래 질서 개선, 소비자 후생 제고 및 중소 사업자 상생 지원을 위한 1천억 원 규모의 기금 마련 등을 담은 동의의결안을 확정했고, 현재 이행 상황을 감독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석민수 기자 (m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