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위치로 돌아가겠다” 오승환은 역시 ‘끝판대장’이 어울린다 [SS시선집중]

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죠.”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41)이 깜짝 선발 등판에서 호투를 뽐냈다. 구위가 강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미안하다”고 했다. 다시 마무리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오승환은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3실점을 만들었다.

역대 최고령 선발 등판(40세 9개월 18일)이고, 역대 데뷔 첫 선발 최다 경기수(621경기) 신기록이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73개), 최다 이닝 기록도 작성했다.

박진만 감독과 정현욱 투수코치가 “60구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훌쩍 넘는 73구를 소화했다. 자신이 말했던 5이닝 소화도 성공. 팀이 패하기는 했지만, 오승환의 피칭은 분명 수확이다.

삼성 오승환(왼쪽)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5회를 마친 후 김태군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최고 시속 149㎞의 속구를 뿌렸다. 최저 구속도 시속 144㎞다. 제구도 됐다. ‘돌직구’ 부활이다. 1~2회 3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3~5회는 모두 삼자범퇴로 막았다. 한창 좋을 때 모습을 다시 선보였다.

1회 2실점, 2회 1실점한 것은 아쉽다. 1회는 키움 타자들이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모습. 이후 패턴을 바꿨으나 2회 다시 1점을 줬다. 그래도 3~5회 삼자범퇴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오승환을 만났다. 첫 마디가 “패했는데 인터뷰를 하려니 마음이 좀 그렇다. 이기는 것이 첫 번째다”고 했다. 이어 “1~2회 좋지 못했다. 3~5회 잘 막은 것은 의미가 없다. 팀에 미안하다. 빨리 반등해서 내 위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공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전에 불펜에서 안 좋았을 때보다는 확실히 괜찮았다. 감각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었지만, 힘이 실린다는 느낌은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경기가 부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이 한 경기를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힘들 것이다. 조금씩 잡아가야 한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모든 면에서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좋아져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계속 주입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로 나서 느낀 것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마무리 복귀가 목표다. “9회도 부담이지만, 1회도 확실히 부담이더라. 모든 선수들이 부담을 안고 뛴다는 것은 다시 느꼈다. 팀이 좋아지려면 결국 내가 내 위치로 빨리 가야 한다. 코치님도 그렇게 말하셨다. 그래야 팀이 안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은퇴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은퇴하는지 묻더라. 아직 그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고집이 아니라, 지금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몸이 아프지 않는 이상, 마운드에서 더 잘 던져야 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반등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다. 아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