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122살 곧 깨진다…“40년 안 걸려”
19개국 분석 결과 “2060년쯤 깨질 듯”
20세기 후반 의학 발전·복지가 촉매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돼 있는 사람은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이다. 사망 당시 나이는 만 122살이었다. 122번째 생일을 보내고 5개월14일을 더 살았다. 그가 태어났을 당시 프랑스 여성의 평균 수명은 45살이었다. 당시 세계 인구 10억5천만명은 모두 칼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인류의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칼망이 죽은 지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위키피디아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80억 인구 중 최고령자는 스페인계 미국인 마리아 브란야스(1907~)로 만 116살이다. 칼망의 나이를 넘어서려면 아직도 6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칼망 다음으로 오래 산 사람의 사망 나이는 119살이었다. 120살을 넘긴 사람은 칼망이 유일하다.
100살 이상 노인의 대부분은 100살 초반대다. 대부분 10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경우 2015년 기준 100살 이상 노인 6만1763명(2015년) 중 절대다수인 94%(5만7847명)가 100~104살이었다. 105~109살은 6%(3770명, 110살 이상은 0.2%(146명)에 그쳤다.
뉴욕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의 얀 페이흐 교수(유전학) 같은 과학자들은 과거 사망 기록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근거로, 인간 수명 연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생물학적 한계치는 115살이라는 연구 결과를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공동연구진은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50만명의 혈액세포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 수명의 생물학적 한계는 120살에서 150살 사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과연 칼망은 사람의 수명 연한을 넘는 예외적인 존재였을까? 칼망의 오랜 기록이 마침내 깨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새로운 통계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8년마다 두배로 증가하는 사망률
미국 조지아대와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초고령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최대 수명 기록이 2060년 이내에 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세계 선진국 사망 통계 기록집 HMD(Human Mortality Database)에서 18~20세기 후반에 태어난 19개국 사람들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공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이전의 수명 연구들이 사망 연도를 기준으로 한 것과 달리 연구진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곰페르츠최고연령(GMA)의 추이를 조사했다.
곰페르츠최고연령이란 사망률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연령, 즉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을 말한다. 따라서 사망률 100%에 이르게 되면 그때가 최고 수명이 된다. 곰페르츠법칙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30살 이후부터 8년마다 사망률이 2배로 증가한다.
이 법칙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최고연령이 다음 연령대에도 똑같다면 최고수명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의학 발전으로 질병이나 부상 위험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사망 연령 분포를 좁히는 정도에 그친다.
반면 다음 연령대에서 최고연령이 상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아직 생물학적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걸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곰페르츠최고연령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위생, 건강 관리 및 영양 개선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노년기까지 생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영향은 특정 시점 이후의 사망률 분포를 좁히는 정도에 그쳤다.
1910~1950년에 태어난 사람들 주목해야
그런데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기간이 있었다.
하나는 19세기 중반 이후 수십년 동안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 집단에선 곰페르츠 최고연령이 약 5년 증가했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증가 추세는 여성에게서 더 뚜렷했다. 1980년 이전에 100살을 맞은 사람들은 의료 기술 및 공중 보건이 상당히 좋아진 덕을 본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다른 하나는 1910~195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이 집단에선 현재 최고연령이 훨씬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70~110살 연령층의 경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최대 10년 연기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현재 50살인 사람의 기대수명은 최대 8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60년쯤에는 일부 고령자들이 칼망의 수명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치·경제적 환경 안정돼야 가능”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1919년 이후 태어난 일본 최고령 여성은 122살 이상 살 확률이 50% 이상이다. 1940년 이후 태어난 일본 최고령 여성은 130살을 넘길 확률이 50%다. 연구진은 이들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의학 발전의 혜택을 누려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사회복지 혜택이 미래 세대에게 지금의 노인보다 수십년을 더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그렇다고 섣부르게 단정할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여러 가정과 추측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195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정책이 노인의 건강과 복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정치, 환경, 경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만 기존의 장수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명연장에 대한 희망을 갖기 전에 수명연장이 끼칠 사회적 영향에 대한 대비에 더 중점을 두자는 얘기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81752
Mortality postponement and compression at older ages in human cohorts
Plos One(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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