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선택과 중국의 무게, 무역적자의 함수
제1수출국 대중 관계 흐트러져
반도체 업황 개선 시그널 없고
주요 수출품도 전반적인 부진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하반기에 가면 무역수지가 흑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일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에 출연해 이런 전망을 내놨다.
이날 산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은 496억2000만 달러(약 67조원), 수입은 522억3000만 달러(약 70조원)였다. 지난해보다 각각 14.2%, 13.3% 감소한 수치다.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7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는 14개월째 감소했다. 1~4월 누적 무역적자액은 25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447억9000만 달러) 무역적자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일부에선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무역적자액이 지난해 무역적자액을 훌쩍 넘어설 게 확실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그럼 "하반기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 장관의 전망은 근거가 있는 걸까.
정부의 생각은 1일 다른 종편채널 뉴스에 출연한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의 주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무역적자 비중은 7%를 넘겼지만, 지금은 3%대다. 외환위기 때와는 성격이 다르고, 반도체 시황이 개선되고 있어 6월쯤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수출 증진에 다 쏟고 있다."
장 차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무역금융을 확대한다든지 산업의 본원적인 경쟁을 강화한다든지 원전·방산과 같은 새로운 유망 수출 분야를 개척한다든지 다양한 전략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빚 전망에 근거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현재의 무역적자는 대중對中 수출 감소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수출국인데, 지난해 9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줄곧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만 130억8241만 달러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등을 지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무역금융을 확대하거나 지원해도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소용이 없다는 거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의 근거도 부족하다. 사실 반도체 업황 개선의 시그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업황 개선을 그나마 낙관하는 전문가들조차 반등 시점을 '빨라야 올해 3분기 이후'로 잡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려면 대중 수출이 늘어야 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주요 수입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밝힌 것처럼 정부는 '미국'을 선택하면서 중국과 대척점에 섰다. 심지어 미국이 우리 정부에 '미국(마이크론)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수급에 공백이 생길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이를 메우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을 정도이니, 중국 수출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언감생심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올 4월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0%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29.3%, 석유제품은 27.3%, 석유화학은 23.8%, 철강은 10.7% 줄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세계 경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무역수지 개선이 어려울 거란 얘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금융기구(IMF) 총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밀컨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 2023' 대담에서 "세계 경제 성장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면서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3%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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