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걸작을 본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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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명불허전이다.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 을 통해 파블로 피카소를 만났지만,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의 피카소 걸작들은 또 달랐다. 루드비히> 모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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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명불허전이다.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을 통해 파블로 피카소를 만났지만,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의 피카소 걸작들은 또 달랐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주목한 건, 국내 최초로 공개된 <아티초크를 든 여인>이다. 첫 느낌은 다소 기괴했다. 좌우로 분리된 얼굴 모습. 얼핏 보면 얼굴의 반쪽은 마치 코 같다. 귀는 눈, 코, 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고 앙증맞다. 몸은 비정상적으로 뒤틀려있고, 의자에 앉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인은 처절하게 분해되었다.
하지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내 곧 피카소의 입체주의가 떠올랐다.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한다.”는 그의 말처럼, 피카소는 형태에 자유를 선사했다. 단 하나의 시점으로 대상을 보고 그리던 전통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본 대상의 부분을 모아 하나로 만드는 다시점(多視點)을 추구했다.
이쯤 되면, 또 궁금해진다. 여인은 왜 아티초크를 들고 있을까.
작품을 보면 <아티초크를 든 여인>은 오른손에는 중세 타격용 무기를 떠올리게 하는 아티초크를 들고 있고, 무릎에 놓인 왼손은 손톱이 날카롭다. 아티초크는 유럽에서 즐겨 먹는 둥그런 모양의 채소라는데, 아주 뾰족하다. 배경을 가득 채운 회색은 마치 전장 속 연기 같다. 당시 배경인 스페인 내전에 대한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짐작해본다. 1936년부터 3년간 스페인을 초토시킨 이 내전은 이념, 계급, 종교가 뒤엉켜 폭발했다. 온갖 정치 이념들의 격전장이었다.
실제로 피카소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제1차 세계 대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독일이 에스파냐의 작은 마을인 게르니카를 공격해서 인명피해가 컸다. 피카소는 이런 끔찍한 일을 몹시 슬퍼했고, 그림으로 전쟁의 고통을 표현했다. 그렇게 탄생한 걸작이 그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1937)>이다.
"예술가는 정치적인 존재인 동시에 처참한 상황이나 세상의 모든 역경이며 기쁨에 공감할 줄 알고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예술가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할 수 있으며 무슨 배짱으로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에 무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림은 결코 아파트를 치장하려고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림은 적에게 맞서서 싸우는 공격과 방어의 무기입니다." - 파블로 피카소-
이렇듯 <루트비히 박물관 소장품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에서는 예술가이자 평화주의자인 파블로 피카소의 <아티초크를 든 여인>을 포함해 <잠자는 여인>, <작업실에서>, <머리가 있는 직사각형 석판> 등 피카소의 작품 총 8점(원화 5점, 도자 3점)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샤갈, 칸딘스키,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피카소와 함께한 20세기 거장들의 작품(63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 작품들 모두 걸작이지만, 피카소의 '아티초크를 든 여인' 만큼은 놓치지 말자.
참고로, 독일 쾰른의 루트비히 박물관은 1976년 피카소와 팝아트에 조예가 깊은 페터 루드비히(Peter Ludwig)와 이레네 루드비히(Irene Ludwig) 부부가 350점의 현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설립되었다. 세계 세 번째 규모의 피카소 컬렉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팝아트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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