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투자를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5. 4.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OTT 시장을 선도하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4년간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K-콘텐츠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밝힌 4년간 25억 달러를 연 단위로 나누면 1년간 약 6.25억 달러(약 8,368억 원)다. 넷플릭스의 발표 이후에는 '이미 넷플릭스가 이 정도 규모의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일까. 넷플릭스가 연도별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넷플릭스가 공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앞선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 등을 추정할 수는 있다.

2021년 넷플릭스 코리아가 공개한 '사회 경제적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7,700억 원을 투자했다. 한 해 평균 1400억 원 규모다. 해당 보고서에 적힌 2021년 투자 계획은 5,500억 원이었다. 2022년 1월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 역시 "2021년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4년간의 투자액은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투자한 누적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한다"는 넷플릭스의 공식 입장을 토대로 계산하면 2022년의 투자 금액도 유추할 수 있다. 대략 3,300억 원에서 3,800억 원 사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투자해 온 금액과 비교하면 연간 8,000억 원 이상이라는 규모는 분명히 공격적인 금액이다. 

/사진=넷플릭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시작으로 K-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의 비중을 높여갔다. 비영어권 TV부문 역대 시청 순위를 살펴보면 '오징어 게임 시즌1'(1위), '지금 우리학교는 시즌1'(4위), '더 글로리 시즌1'(5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7위) 등 4개의 한국 작품이 올라가 있고 그 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외하면 3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경우 2,140만 달러(약 294억 원)를 투자해 8억 9,110만 달러(약 1조 225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보고서도 등장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만한 '가성비'도 없는 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투자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25편의 한국 콘텐츠를 공개했다. 드라마는 물론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공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28편의 라인업이 예고된 올해에도 이미 '퀸메이커', '정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공개됐다. 투자금이 확대된 만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단순히 콘텐츠의 양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투자 발표 전부터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신중하게 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거액의 투자금을 광범위하게 뿌리기보다는 옥석을 꼼꼼하게 가려 퀄리티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진=웨이브, 티빙

직접적 경쟁자인 국내 OTT에서도 이 같은 투자를 반겼다. 넷플릭스의 투자 계획이 발표된 날, 웨이브는 2023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넷플릭스의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을 들은 이태현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드라마, 영화에 투자하면 우리 나라 안에서 창작하는 산업이 살아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국내 토종 OTT 육성 때문에 부정적 시각이 비쳐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넷플릭스의 투자는 콘텐츠 제작 산업을 키우고 이는 자연스레 OTT 시장 자체의 성장을 유도한다. 넷플릭스처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현재 시장 안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키우는 쪽이 성장에 더욱 유리하다. 특히 엔데믹 시대로 돌입하며 정체기를 맞은 OTT 시장에서 떠난 구독자를 다시 부르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이 양질의 콘텐츠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 자연스레 웨이브와 티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국내 OTT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국내 OTT 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각각 1,213억 원, 1,1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해외 독점 계약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규모가 너무 크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는 시장 환경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바꾸겠다"고 방향성의 변화를 암시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초기의 투자 경쟁 상황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투자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많은 플랫폼이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섰고 투자 대비 성과가 강조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경영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OTT 시장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넷플릭스의 독과점 체제가 될지, 아니면 시장규모가 커져 K-콘텐츠 산업의 와양 확대로 이어질지 결과가 주목된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