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자기주도학습 전문가의 고1 내신 기말고사 뒤집기 비법
“과거를 잊어버린 자는 그것을 똑같이 반복하게 된다”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명언은 내신 성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자기주도학습 전문가, 장덕진 원장을 만났다. 중간고사를 잊어버린 자, 기말고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지어다.
고등학교 입시에 몰두하는 일부 학생이 아니라면 중학교 성적은 사실상 연습 게임이다. 고등학생부터 본게임이 시작된다. 상대평가에 따라 1~9등급으로 나뉘어 받게 되는 성적은 그대로 대입 수시전형에 반영된다. 고1 학생들은 이미 그 스타트라인을 끊었다. 장 원장은 "고1 중간고사는 그 무게감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1학년 내신이 대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재수하지 않으면 3학년 1학기까지 총 다섯 학기 성적이 수시에 반영되는데, 1학년 비중이 40%인 거죠. 또 정시전형에서도 내신을 보는 비율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내신등급이 떨어지면 수능 문제를 몇 개 더 틀린 효과가 납니다. 저도 예전엔 고1 중간고사를 잘 못 보면 정시 준비를 권했지만 이제는 1점이라도 내신성적을 올리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내신에서는 고1 중간고사 성적이 그대로 고3까지 이어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겁니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어떻게 분석하면 되나요.
고등학교에서는 상대 등급이 나오죠. 재학 중인 고등학교 수시 결과를 확인하면 해당 성적으로 어떤 학교를 갈 수 있는지 파악이 됩니다. 앞으로 그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당장 중간고사에서 받은 등급으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할 성적이 안 되는 학생은 수시로 '인서울’ 대학을 가기 힘들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뒤집지 못하면 대입에 크리티컬한 영향을 미칩니다. 중간고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수행평가부터 제대로 준비해야 하고요. 기말고사 성적을 올릴 솔루션을 제대로 만들어둬야 합니다. 저는 아무리 상위권이라도 5월에 고2 진도를 선행 학습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지금은 기말고사에 몰두해야 할 때입니다.
수행평가도 중요한가요.
수행평가 반영 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줄지 않았어요. 마음속 무게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가 반반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수행평가는 결국 성실도죠. 데드라인까지 내버려두지 말고 미리미리 해두세요. 지필고사에 비해 난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제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수행평가를 잘 못 챙겨서 등급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30분이면 할 걸 3시간 투자한다고 해서 점수가 높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이를 잘 조율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기말고사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모든 과목의 등급을 높이는 걸 목표로 잡으면 안 됩니다.
슬픈 이야기네요.
고등학교 내신 공부는 모두가 열심히 합니다. 자신이 속한 상대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죠. 잘하는 과목은 등급을 굳히고, 주요 과목인데 다른 과목과 비교해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과목을 올려야 합니다. 나머지 과목은 현재 등급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잡으세요. 다른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 나눠서 집중할 때 특정 과목에 집중하면 상대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먼저 중간고사 시험지 분석을 해야 하나요.
중요합니다. 방법은 앞서 말한 중학생 분석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틀린 이유를 쓰고, 정답의 이유를 스스로 찾아보는 거죠. 다만 중학생은 비교적 5월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지만 고등학생은 아닙니다. 그동안 취약했던 과목 공부에 시간을 쓰고, 기말고사 대비도 미리 시작해야 하죠. 보통 5월에는 학교 행사도 많고 수행평가를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이때가 정말 중요하죠.
"기말고사 5~6주 전에 1회 독 마쳐야"
6주 전에는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는 수행평가 양이 많아요. 기말고사 직전에도 수행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시험기간에 수행평가를 병행하려면 미리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기말고사 범위는 중간고사보다 더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강조했지만 상위권 학생의 경우 선행 학습하느라 5월부터 내신 시험 준비를 안 해두면 후회하게 됩니다. 선행학습은 기말고사가 끝난 뒤 여름방학 때 해도 충분합니다.
구체적으로 6주를 어떻게 이용하면 되나요.
1~2주 차 때 모든 범위를 1회독하세요. 상위권 학생들은 그 기간 동안 디테일한 내용에도 접근할 수 있겠죠. 중하위권 학생들도 이 기간에 1회독을 해내야 합니다. 공부는 여러 개의 레이어(layer)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보는 것과 두 번 보는 건 완전히 다르거든요. 1회독 시간이 길어지면 공부 텐션이 떨어지고 앞서 공부했던 내용을 잊어버려요. 점점 시험이 다가올수록 1회독이 안 돼 있으면 공부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밀쳐내게 됩니다. 시험기간까지 공부의 밀도를 높이려고 하기보다는 5~6주 전에 집중해서 1회독을 끝내고 그 에너지를 밀어붙여서 두세 번 반복해야 합니다. 3~4주 차엔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남은 기간 어떻게 보낼지 전략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권합니다.
시험 전날엔 뭘 해야 하나요.
이미 풀어본 기출문제를 시험 전날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풀어보세요. 문제 유형과 순서를 마지막에 한 번 더 익히는 거죠. 이미 풀어본 문제라 상위권 학생들은 절반의 시간으로도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유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기억하면서 실제 시험에서 '내가 컨트롤한다’는 느낌으로 임해야 합니다.
또 지금까지 공부했던 걸 끄집어내서 헷갈리는 정보들,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총정리 복습을 하세요. 시험 전날에 새로운 문제를 푸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학원에서 직전에 풀라고 주는 문제도 안 푸는 게 더 나아요. 공부를 못 한 부분이 있더라도 내 한계를 인정하고 공부한 내용에서 틀리지 않는 게 중요하죠.
기말고사 국영수과사 대비법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는 학교라면 중하위권 학생도 고난도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이 오르기 힘들죠. 한 문제를 놓고 오래 씨름하며 내공 쌓는 건 방학 때 하는 거고 지금은 효율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만약 일정 시간 동안 문제를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설지를 읽고 체화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저는 이걸 수학적 독해력이라고 부르는데요. 해설지를 확인하고 거꾸로 문제 푸는 방법을 찾는 훈련을 해서라도 고난도 문제에 익숙해져야 성적이 오릅니다.
영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고등학교 영어 내신에서는 부교재 비중이 늘어납니다. 그만큼 양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예습이 돼 있지 않으면 내신 대비가 훨씬 힘들어요. 만약 오늘 학교 수업에서 제시문 4개를 나갔다고 해서 바로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는 게 아니잖아요.
미리 제시문을 직독 직해해봐야 하나요.
직접 써보면 좋지만 손이 빠르지 않다면 그 시간에 단어를 외우고 제시문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눈으로 해석해보고 해설지와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는 거죠. 요즘엔 부교재 해설지도 잘 나와 있고 시험범위에 들어가는 모의고사 해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제시문 핵심 문장을 잘 봐야 합니다. 보통 그 문장을 바탕으로 응용문제가 나옵니다.
영어 문법 공부는 어떻게 하나요.
보통 문법 문제 난도가 높긴 하지만 절대적 개수가 많지는 않아요. 2등급 학생이 1등급으로 진입하려는 게 아니라면 전략적으로 나머지 문제를 확실히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국어 문법은 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문법이 시험범위에 들어간다면 그 예시까지 함께 암기해야 해요. 예시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그 문법에 맞는 예시가 있고 헷갈리는 예시가 있어요. 이 둘을 함께 암기해둬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평소에 미리미리 암기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문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중학교 때와 큰 틀은 유사합니다. 작품의 큰 틀을 본 다음 세부적인 분석과 연결하고, 이를 설명해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시중에 문제가 많이 나와 있는 유명한 작품은 관련된 문제를 풀어보는 방법도 있겠죠. 다만 이론적 체계를 탄탄하게 만들어둔 뒤에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시중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해설이 정제되지 않은 내신 기출문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중간고사 이후 많은 학생이 국영수에 집중하느라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에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건 기말고사 범위가 중간고사 대비 늘어나게 된다는 겁니다. 보통 선생님들이 중간고사 때는 첫 시험이라 범위를 적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말고사엔 그렇지 않죠.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미리 개념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해두는 건 필수입니다. 상위권이 아닌 학생도 교과서 1회 독 이상을 사전에 해둬야 합니다.
상위권 공부 방법은 다른가요.
시험 준비 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문제를 풀어두는 걸 추천합니다. 디테일한 암기나 학교에서 추가로 준 프린트 같은 특수한 건 시험이 닥치면 하고요. 시험기간엔 국영수 공부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합사회나 통합과학이 밀릴 수밖에 없어요. 특히 통합사회의 경우 문제를 풀면서 암기할 내용을 엮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본 고1 학생에게는 어떤 리액션이 좋을까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크다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고등학생 정도 되면 스스로의 세계가 어느 정도 구축됐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에 대해서 고민해볼 시간을 주는 거죠. 분명히 자기도 반성하고 있을 겁니다. 부모가 평가자가 돼서 평가를 시작하면 스스로 문제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방어부터 하게 됩니다. 그럼 싸움이 일어나는 거죠. 시험을 치른 후에 2~3일 지나서 말을 꺼낼 때 "시험 잘 봤어"보다는 "시험 보느라 힘들었지" "힘들었던 게 뭐니" 하고 묻는 게 좋습니다.
#장덕진 #대치동장원장 #중간고사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DB 게티이미지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