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1인당 발의건수 1위 '세종시의회' · 전국 1위는 박성연 서울시의원
[편집자주] 국가의 주요 정책은 국회 입법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지방 행정에서 조례안도 마찬가지다.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 생활 정책들이 조례안 형태로 만들어져 시행된다. 지방 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지방의회의 핵심 기능이기도 하다. 입법국정전문지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국내 첫 지방의회 종합 정보사이트 ‘풀민지DB’ 오픈을 기념해 출범 10개월을 맞은 민선 8기 지방의회의 조례안 처리 실적과 의미, 개선점 등을 모색한다.
김순은 전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의원들의 조례안 발의 건수는 지방의회 역량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최근 권한이 강화된 지방의회의 의원 발의 건수는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양적지표 외에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 질적인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선 8기 지방선거를 통해 작년 7월 출범한 광역 시·도 의회(17곳) 가운데 의원 1인당 조례안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세종특별자치시의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국내 첫 지방의회 종합 정보사이트인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의회 데이터베이스(풀민지DB)와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4월 17일까지 발의된 조례안 자료를 전수 조사했다.
◇의원 1인당 조례안 발의, 세종시의회 최다
의원 1인당 조례안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의회는 세종시의회(의원 수 20명)로 5.40건을 기록했다. 발의 주체 가운데 △위원회 △교육감 △지자체장(도지사 또는 시장) 등을 제외하고 의원 개인이 발의한 조례안만을 기준으로 했다. 이어 △4.48건의 광주광역시의회(〃23명) △3.27건의 대전광역시의회(〃22명) △3.12건의 서울특별시의회(〃112명) △2.93건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40명)가 뒤를 이었다.
1인당 조례안 발의 건수가 가장 적은 곳은 경기도의회로 조사됐다. 경기도의회 소속 의원은 광역 시·도 의회 중 가장 많은 156명인데 발의된 조례안은 166건에 불과했다. 1인당 1.06건에 그치면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1.12건의 강원도의회(〃49명) △1.16건의 경남도의회(〃64명) △1.54건의 경북도의회(〃61명) △1.59건의 울산광역시의회(〃22명)가 하위권을 형성했다.
조례안 발의 수량 차이에는 의원들의 정책 의지와 역량 외에 지역적 특성과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위를 차지한 세종시의 경우 도시 인프라 등 후발 계획도시에서 필요한 조례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종시의회 관계자는 “현재 세종시의회 대수는 4대 의회로 다른 시도에 비해 도시정비 등 새롭게 필요한 조례가 많다”며 “그만큼 주민이 요구하는 조례안도 많고, 의원들이 이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조례안을 발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례안 발의가 가장 저조한 경기도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78명씩, ‘여야동수’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가장 늦게 원구성을 마치는 등 출범 초기부터 대치 상황을 보였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교섭단체 대표단과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로 나뉘어져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당 내에서도 내홍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례안 발의는 의원들의 동의 절차도 필요한데 협치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17개 광역 시·도 의회별 조례안 발의건수는 전체 의원수가 경기도의회(156명)에 이어 2위인 서울시의회(112명)가 454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의원 개인 외에도 상임위원회,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발의한 조례안도 포함된 기준이다. 이어 △제주시의회(234건) △경기도의회(228건) △부산시의회(213건) △광주시의회(209건)가 뒤를 이었다. 최하위는 울산시의회(97건)로 집계됐다. △강원도의회(114건) △경북도의회(136건) △경남도의회(144건) △충북도의회(151건)가 하위권을 형성했다.
개별 의원 발의만으로 한정하면 순위가 바뀐다. 1위는 서울시의회(349건)로 변함없지만 △경기도의회(166건) △전남도의회△(140건) △제주도의회(132건) △부산시의회(126건) 순으로 조례안을 많이 발의했다. 최하위는 울산시의회(35건)로 같다. △강원도의회(55건) △충북도의회(61건) △인천시의회(69건) △대구시의회(69건)가 하위권에 있었다.
◇가결률 1위 대전시의회, 최하위 서울시의회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결률’(의원 및 지자체장·교육감 발의 조례안 포함)은 대전시의회가 가장 높았다. 대전시의회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발의된 조례안은 180건이었는데 이 중 177건이 통과돼 가결률 98.33%를 기록했다. △세종시의회(97.80%) △전북도의회(95.78%) △전남도의회(95.27%) △인천시의회(92.74%)도 가결률 90%를 넘겼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52.42%를 기록, 가장 낮은 가결률을 보였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다른 의회보다 의원 수가 많은 만큼 비슷한 조례안이 발의되면 위원회에서 묶어서 대안으로 1건만 올리게 돼 폐기되는 법안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집행기관이 조례안을 발의해도 그냥 가결하지 않고 치밀하게 심사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 이어 △경기도의회(72.37%) 제주도의회(73.93%) △광주시의회(74.64%) △강원도의회(75.44%) △경북도의회(75.74%) 순으로 가결률이 낮았다.
지방의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조례안 가결률은 의정활동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라며 “주민에게 필요한 조례안이 신속히 통과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가결률은 단순히 조례안 발의와 가결을 보여주는 양적 수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조례가 가결되고 부결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7개 광역 시·도 의회에서 조례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박성연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나타났다. 의원별 조례안 발의 건수는 대표 발의와 1인 발의만 집계했고 의장 및 상임위원장 자격의 발의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국내 첫 지방의회 종합 정보사이트인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의회 데이터베이스(풀민지DB)와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4월 17일까지 발의된 조례안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박성연 의원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10개월간 총 18건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전국 광역 시·도 의회 의원 1인당 평균 발의 건수 2.13건의 8.6배 수준이다. 도시 계획과 문화체육 관련 조례안이 다수 포함됐다. 박 의원은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소상공인 보호를 확대한 조례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환희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박 의원은 항상 바쁘다. 언제나 의욕이 넘치는데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시민들과 끊임없이 만나 의견을 듣는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에 이어 17건을 발의한 이병도 서울시의회 의원이 2위를 기록했다.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원, 김길영·김지향 서울시의회 의원이 13건의 조례안을 발의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임미란 광주시의회 의원(12건)이 6위를, 11건의 △김효정 부산시의회 의원 △신동섭 인천시의회 의원 △박미정 광주시의회 의원이 공동 7위를 차지했다. 10건의 △송활섭 대전시의회 의원 △김재형 세종시의회 의원 △김춘곤 서울시의회 의원 △문성호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9건을 발의한 배영숙 부산시의회 의원 등 8인이 공동 14위를 차지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국내 첫 지방의회 종합 정보사이트인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의회 데이터베이스(풀민지DB)와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4월 17일까지 발의된 조례안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 지자체가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가 대거 발의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주최·주관이 있는 옥외행사에 대한 안전관리계획 수립의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었지만, 주최·주관이 불명확하거나 도민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의 경우 지자체의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의 의무가 없었다.
서울시의회·경기도의회·인천시의회·충북도의회·충남도의회·대전시의회·광주광역시의회·전북도의회·전남도의회·부산시의회·울산시의회·경남도의회·경북도의회·대구시의회 등 14개 광역 시·도 의회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지난해 말 발의했다.
각 의회는 이태원 참사와 같이 법적 사각지대인 주최나, 주관자가 없는 다중운집 옥외행사를 진행할 때 지자체장이 안전관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적용범위는 500명 이상 1000명 미만의 관람이 예상되는 공연장 외의 장소에서 행해지는 공연, 순간 최대 관람객이 500명 이상 1000명 미만으로 예상되는 행사, 500명 이상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반영하는 조례안도 눈에 띈다. 우선 인구감소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의회는 인구 유치를 위한 조례, 다둥이 가족 지원 조례 등을 발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인구소멸 위험 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3개에 이른다.
충북도는 임산부를 국가유공자에 준해 예우하는 내용이 담긴 ‘임산부 예우와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 조례안에는 임산부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 문화관광시설 입장료 감면, 금융기관 전용 창구 운영 등의 규정이 담겼다. 이를 위해 도는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4월 중 임산부 전용 창구 개설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또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행사를 확대해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오는 7월에는 태교 지원을 위한 페스티벌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인천시의회는 ‘저출산 대책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 내년부터 임산부에게 50만원 이내로 교통비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일부개정조례’를 발의, 임산부 1인당 7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다둥이’ 가구를 위한 조례안도 있다. 서울시의회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공영주차장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다자녀 가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가정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저출산 문제 해소를 추진하기 위해 발의됐다. 조례안에는 △가족자연체험시설(8개소) 사용료 30% 감면 △서울상상나라 입장료(4000원) 무료 △제대혈 공급비용 면제 △공영주차장 50% 할인 △하수도 사용료 20% 감면 등 내용을 담았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례안도 눈길을 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9월 ‘외국인 유학생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지사가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 유치를 확대하고, 유학생의 적응과 활동 참여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의회와 경북도의회에선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고령화 현상을 반영한 조례안도 발의됐다. 2017~2021년까지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6% 줄었지만, 고령 운전자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20%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는 교통비 등을 지원하며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촉구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2%에 그친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서울특별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의, 만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30만원 이내의 ‘서울사랑상품권’ 또는 교통카드로 지원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경북도의회는 ‘경상북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사업 △ 고령운전자 실태조사 △ 운전면허 자진반납 시 재정지원에 관한 사항 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늘어나는 1인가구 추세에 맞춘 조례안도 발의되고 있다. 지자체장이 1인가구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근거를 담은 것이다. 경북도의회는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1인가구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경상북도 1인가구 지원을 도지사의 책무로 규정했다. 전북도의회에서도 ‘1인가구 지원 조례안’을 발의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1인가구의 고독사 방지를 위한 조례안도 발의됐다. 전남도의회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방문·전화·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안부 확인, 주민모임 등을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 지원, 고독사 위험자를 위한 주거·일자리 제공 등 고독사 예방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인천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시가 고독사 위험자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독사 위험자에 대해서는 안부 확인 및 긴급의료 지원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 밖에 방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하정 홍세미 신재은 기자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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