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줄잇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 교보생명, 투자 심리 회복 시험대
이달 신규 발행하는 교보생명, 수요 확보 관건
지난해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 불발 후폭풍을 겪던 금융사들이 잇달아 콜옵션 행사를 예고하며 평판 관리와 투자 심리 회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의 일종이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특성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업계에서는 콜옵션 불발 우려가 해소됨에 따라 신규 발행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특히 이달 원화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수요 예측 조사 결과가 투자 심리 회복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2018년 5월 발행한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금리 연 7.5%)을 이달 조기 상환할 예정이다. 만기일은 오는 21일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금융당국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한화생명이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한지주도 지난달 콜옵션 만기인 1350억원의 원화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KDB생명,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의 잇단 조기상환이 코리안 페이퍼(Korean Paper·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과 자금 조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에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자, 국내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시장에 후폭풍이 몰아쳤다. 결국 수습에 나선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번복했지만 KDB생명,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발행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금리 상승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에 금융 위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었다.
급락했던 보험사들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올해 반등하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가격 지수는 90까지 내렸다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서 100(상환가격)에 근접하고 있고, 2025년 조기상환일이 예정돼 있는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상환가격 대비 약 13% 할인된 가격 수준으로, 다소 더디게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도 다른 채권처럼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발행 채권은 거래되며 가격이 변동되다 만기시점에 상환가격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동양생명이 지난 2020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가격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긴 하다. 이는 신용등급이 타 대형 보험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BBB등급인데다 발행 당시 쿠폰 금리가 연 5.2%로, 금리 인상에 따라 치솟은 미국 국채 금리 대비 매력이 떨어지게 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금융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이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오는 4일 진행하는 수요 예측 조사 결과가 주요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번 교보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의 AT1(신종자본증권) 상각 이후 대형사의 신종발행증권 첫 발행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오는 12일 발행할 계획이다. 금리 수준 연 5%~5.8% 범위 내에서 수요예측이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가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은 글로벌 상황과 다르다는 인식이 있고, 이에 따라 3월보다는 발행 여건이 나아진 상황이기는 하나, 하위 보험사의 펀더멘털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존재해 위축된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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