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삼전·하이닉스 중국공장에 ‘반도체 장비 규제’ 유예할 듯”

“미, 최소 1년 더 연장할 것”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두 업체는 현지 생산에 일단 숨통을 틔게 되지만 미국 정부가 내건 ‘전제조건’이 변수다.

경제전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미국 현지시간)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 4명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주요 반도체 회사들에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유예 조치를 최소 1년 더 연장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우려하는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에는 이를 1년 유예해줬다. 이들은 중국에서 D램 생산공장(SK하이닉스)과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삼성전자·SK하이닉스)을 운영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이들 공장이 계속 운영되려면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 조치가 연장돼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유예 조치를 연장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것을 미 정부에 계속 요청해왔다. FT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이전에 1년 추가 유예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미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 기업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계속 들이도록 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옵션은 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 회사에 무기한의 ‘최종 사용인증(verified end use certification)’을 제공해 (매년) 반복적 승인을 구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정부가 유예 조치를 해주는 조건이 따로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메모리칩 대체 물량을 팔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이 반도체 장비 규제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해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대항해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 판매한 제품이 자국의 핵심 정보기술(IT)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안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판매 금지’ 처분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마이크론의 중국 내 칩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그 공백을 메우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FT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3일 보도한 바 있다.

미 상무부와 삼성전자는 유예 조치 관련 FT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SK하이닉스 측은 “한·미 정부 간 대화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유예 조치 연장 등에 대해서는 미국과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으며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큰 틀에서 양국 정상이 (반도체 협력에) 합의했기 때문에 유예를 연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