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남아 덮친 '괴물폭염' 우리나라도 달궈

4월 전국 기온 13.1도로 평년보다 1도 높은 역대 9위
인도차이나 고온역에 이동성고기압 발달…황사도 빈번

갑자기 여름 강릉 경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난달 28일 오전 강원 강릉지역 기온이 25도를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를 보인 가운데 외국인들이 경포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2023.4.28 yoo21@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지난달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괴물 열파'(Monster Heat Wave)가 우리나라 기온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기상청 기후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3.1도로 평년(12.1±0.5도)보다 1도 높아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4월 평균기온으로는 9번째로 높았다.

이동성고기압 영향을 자주 받고 따뜻한 남풍이 자주 불어든 점이 기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여 하늘에 구름이 낀 날이 많았는데 이는 밤 기온을 평년기온 위로 끌어올렸다. 구름은 밤사이 복사냉각으로 지표면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이불 역할을 한다.

이동성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자주 지나간 배경에는 4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매우 이상하게 발생한 고온역이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에는 지난달 '역사상 최악의 봄 더위'가 닥쳤다.

외신들은 '괴물 열파'가 덮쳤다고 표현했다.

태국과 방글라데시, 인도, 라오스, 미얀마 등의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오르는 날이 빈번했다.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최고기온이 45.4도를 기록하면서 태국 최고기온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인도차이나반도 고온역이 중국 남부지방까지 확장하면서 대륙고기압이 위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빠르게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다만 지난달 9일, 17일, 27일은 대기 상층으로 기압골이 지나가면서 일시적으로 추운 '꽃샘추위'가 나타났다.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66.3㎜로 평년 강수량(89.7㎜)보다 적었다.

비를 내리는 저기압들이 우리나라 북쪽과 남쪽으로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황사일수는 5.4일로 평년보다 3.3일 많아 1973년 이후 상위 7위였다.

지난달 국내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은 11~17일과 21~23일로 그 직전에 중국 동북부에서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저기압이 발생해 모래먼지가 북풍을 타고 국내에 유입된 경우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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