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한미 금리격차...이창용 한은 총재의 3가지 고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각)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1.75%p까지 벌어졌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차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과연 금통위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물가안정과 경기침체 방지, 그리고 금융불안 해소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창용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년 새 10번 인상…역대 최대 금리격차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00~5.25%로 높아졌다. 지난 1년 새 10번째 금리인상이며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기준금리 3.50%와는 상단을 기준으로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FOMC는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의 잇따른 파산에도 불구, 물가 상승 대응 차원에서 3회 연속 0.25%p 인상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금리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을 갖고 "금리인상을 멈출 지에 대한 결정은 오늘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정책이 어떻게 변할 지를 확인하는 성명의 문구 변화는 "의미있다"(meaningful)고 강조했다. 회의 후 파월 의장이 발표한 성명에는 "위원회가 일부 추가 정책 확인이 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구가 생략됐다. 이는 명확하게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지니지만 미묘한 입장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금리인하론은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내려자기 않는다는 것이 FOMC의 견해"라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예측이 대채로 옳다면 금리인하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창용의 고민 1: 외화유출압력?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이제 공은 한은 금통위로 넘어왔다. 금통위는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졀정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75%p로 커짐에 따라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의 자금 유출 압력이 커졌다.
일단 4일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일단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134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4일 오전 9시20분 현재 1320원대로 오히려 하락했다. 주식시장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베이비스텝 단행이 예견된 상황이라 금리인상이 시장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한 것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준 외환보유액도 266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6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두달 연속 외환보유액이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이 단순히 미국과의 금리차만 감안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창용의 고민 2: 고물가 유지?
금리 결정에 한은이 최우선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물가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3.7%로 3%대에 진입했다. 이는 전월 4.2%보다 0.5%p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3%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3월 3.7%를 기록한 후 처음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6% 로 전월(4.8%)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물가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상반기에 2%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방송 CNBC는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을 인용,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5월 쯤 3%대 중반으로 내리고 6월에는 2% 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창용의 고민 3: 경기 침체?
경기 침체도 한은의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한국은 0%에 가까운 분기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3%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다.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4월(-26억2000만달러)까지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부채도 늘어만 가고 있다. 금리 추가 인상이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에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이는 기획재정부나 한은이 예상하는 1%대 중반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1.5%보다 낮은 것이다.
◇일단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도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물가도 하방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경기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만약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결정 회의까지 남은 3주 동안 역대 최대 한·미 금리차 탓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한은도 0.25%p 인상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가능성도 나온다. 당장 이번달은 아니더라도 올 3분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일단 금리 인하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3일 공개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엔 "조금 이르다"(a little bit premature)라고 말했다. 김화균·이미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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